오늘 북한에서는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남측과 협의했던 모든 사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토지임대료와 같은 모든 편의사항이 철회되며, 이 조치가 부당하다면 철수해도 좋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한 정부측 대변인의 논평은 "유감을 표한다"였다고 한다. 좋은 싫든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받게 되는 질문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는 꽤 식상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생일 때 도덕교과에는 통일의 방법론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내용이 쓰여있었다. 주로 독일이나 아프리카에 있던 어느 국가 -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게 아쉽다- 와 비교를 하면서 흡수통일이 좋은지 아니면 협의체를 먼저 만들어서 차츰해나가는 방식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를 한 장을 할애했던 그런 기억이 난다. 그리고보면 참 통일을 막연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다. <국가의 사생활>은 이래서 재미있다 이응준의 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꽤 재미난 소설이다. 일단 순수하게 읽는 재미가 있다.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쉽지는 않다. 배경은 통일이 된 후 10년 내외의 한반도로 배경은 주로 평양과 서울 부근을 오가면서 진행된다. 흡수 통일 후 무너진 남북한의 경제상황에서도 북한은 특히 기존 지배층마저 완전하게 몰락해 남한의 빈민층으로 전락한다. 북한 고위관료의 고명딸은 남한 사람들이 최고라 찾는 매춘부가 되고, 북한의 정예 전투요원은 남한에서 뒷골목 조직을 이룬다. 남한 속 북한 그들만의 세계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평온하게 별일 없는 듯 하던 조직 속에 한 조직원이 경찰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조직의 평온함은 흔들린다. 평온하던 주인공이 그 조직원의 죽음을 따라가면서 조직내부에서 남한 속의 그들이 지금의 한반도에 사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국가의 사생활>은 무척 재미있는 소설이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다음날 출근 걱정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나간게 그 증거이다. 소설의 구성이 시간을 앞뒤로 넘나들면서, 평양과 서울 근방으로 장소를 왔다갔다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야기가 감추어진 사건 혹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음을 물론이다. 또한 북한에서 살던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소설의 상당 부분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채워져 있고 - 어느 정도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부분 또한 소설을 읽는 소소한 재미거리이다. 난 아직도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다 통일을 꼭 해야하나라는 당위적인 질문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질문거리가 되지 못한다. 경제적인 이유로든 혹은 윤리적인 이유로든 적어도 한국에서 통일은 그 존재가 질문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문제는 방법론일 뿐이다. 사람들은 준비된 통일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통일을 위해서 얼마나 비용이 들지를 계산하며, 남한 사람 2명이 북한 사람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통일 후 휘청거린 독일 경제를 이야기하며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통일에 대한 대비보다는 '북한'에 대한 대비가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통일과 북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사실 이 책은 지금 남한의 모습에서 남한 속 최하층이 북한 사람들로 대체된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의 갈등은 극복하기 힘든 경제력의 차이 때문에 심각하다는 보도를 듣곤 했다. 그리고보면 최하층에서 살아가는 - 또한 한 때는 이런 무한 경쟁의 체제하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던 -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할지를 이 소설은 말한다. 사실 난 아직도 이 소설의 진정한 정체가 궁금하다. 작가에게 한번은 묻고 싶다. 이 소설로 정말 당신이 말하고 싶은건 뭔가요. 통일에 대한 당위성인가요, 통일에 대한 방법론인가요, 아니면 지금 통일이 아직 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하고 싶은 건가요. 걷과 속이 다른 그래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 그런 대한민국의 사생활 아니면 국가의 사생활을 말하고 싶은 건가요. 우리 모두가 말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사생활과 뒷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