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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온다 리쿠의 소설을 언제 처음으로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어린 시절이 텅 비워져 버린 것처럼, 그의 글도 언제가 처음이었는지 어디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첫 작품은 <밤의 피크닉>이거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었을거다. 아니,정확하게는 <밤의 피크닉>이었을거다. 아마 그 작품으로 온다 리쿠를 시작했기 때문에 난 그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피터팬이 살고 있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살아나는 나라 <네버랜드> 속 온다 리쿠의 아이들이다.
네버랜드 속 비밀을 공유한 아이들
<네버랜드>는 우연히 겨울 방학 - 그 중에서도 정초가 적합하다- 때 우연히 학교 기숙사에 남게 된 네 소년의 이야기이다. 추운 겨울 학교에 남게 되니 크게 할 일도 없었던 탓인지 소년들은 주섬주섬 혹은 두런두런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을 하면서 내려지는 벌칙은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기. 단, 타인의 비밀을 짊어저야 하는 무게가 큰 관계로 그 이야기속에 단 한가지 거짓말을 넣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어릴 적 아버지의 내연의 상대에게 하루 동안 납치를 당했던 소년도 있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부모가 이혼 직전에 있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누구를 선택할지를 묻는 부모를 피해있는 소년도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던 소년이 있고, 후처의 자식이었던 자신에게 퍼붙던 본부인의 복수를 견뎌내야했던 소년이 있다. 사실 거짓말을 넣느나는 약속으로 인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실인지 모르는 이야기가 네명의 소년들 속을 둥실둥실 떠나닌다. 서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내면을 이야기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온다 리쿠의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은.
네버랜드, 한 걸음씩 자라는 아이들이 사는 곳
온다 리쿠 속 소년, 소녀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자란다.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는 아니더라도 분명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은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사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건 작고 소소한 일은 아니다. 분명 아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으로 그 문제를 짊어지고 있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부모에게서 한 사람으로 독립하려는 준비를 하면서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그렇게 말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건, 아무에게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난 생각한다. 시간이 지났구나라고.
<네버랜드>속 아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벌칙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자란다. 자신의 비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맞설 준비를 한다. 그리고 혹은 용서를 한다. 이혼하려는 부모가 싫어서 기숙사에 틀어 밖혀 있던 소년이 부모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공부를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해보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소년은 그래서 더욱 그 모습이 대견하고 조금은 애틋하다. 피터팬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의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 영원한 아이였지만, <네버랜드>속 아이들은 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만큼 성큼 자라서 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온다 리쿠의 아이들은 항상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