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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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던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셜록 홈즈였을테고, 아마도 어린 시절 - 초등학교 3~4학년 언저리가 아닐까 하는 - 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때는 셜록 홈즈의 그 천재적인(?)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이런 주인공이 있다는 사실에 혼자 한껏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그를 시작으로 중학교를 다니면서는 추리소설을 탐독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코넌 도일이나 크리스티 말고도 많은 작가들이 있다는걸 알면서, 또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행복해했지 싶다. '아 이런게 즐거움이야'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일본식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하나. 특별한 패턴이라고 하면 참 이상한 말이지만 분명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고전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 그리고 패턴에 익숙한 추리 소설이 우리 보다 많은 듯 하다. 요컨데 만화로 있는 <소년 탐정 김전일>과 같은 이야기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 소설에는 지극히 크리스티 적이고, 지극히 홈즈적인 작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유럽식 추리소설인 셈이데 참 읽을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 콕 찝어서 왜 신기하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 <십각관의 살인>은 지극히 그 흐름을 따라가는 꽤 재미난 소설이다.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이다. 이야기는 간단해서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섬에 한 대학의 동아리 학생들이 여행을 떠났는데 그 섬에서 탈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인형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그와 동시에 하나씩 죽어나간다는 이야기. 그 섬에는 한 천재적인 건축가가 지었던 십각관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에 머무르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동시에 육지에 머무르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면서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들으면 알겠지만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배우 흡사하다. 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과 살인을 예고한다는 점, 그리고 등장인물이 전부 과거의 한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꽤 재미난 점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다소 허무하고 납득이 되지 않는 결론 - 미안하지만 이건 순수히 주관적인 내 기준이다 - 과는 다소 다른 조금은 납득되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십각관의 살인>에서 가장 독특하고 돋보이는 점이다. 요컨데 책의 홍보 문구에 있는 것처럼 뒤통수를 후려치는 단 한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랄까?

모든 소설이 그렇지만 지극히 이 이상 장르적일 수 없는 장르소설인 추리 소설은 창조성이 중요한 분야이다. 패턴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이고 딱히 다른 분야를 표방하지 않는 이상 인물의 내면을 그리는 귀찮은 일을 잘 하지 않으니 - 물론 요즘은 추리 소설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가지고 잇지만 - 말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와 코넌 도일같은 지극히 고전적(?)인 작가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곱씹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더 이상 우려낼 수 없는 듯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읽고 고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독자와 작가의 경쟁이라면 경쟁이고 협력이라면 협력인 부분이다. 엄청난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 <십각관의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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