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이야기하자. 난 애거서 크리스티도 싫어하고, 포와르는 물론이고 미스 마플도 싫어한다.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 책을 내가 왜 주문했는지 책을 받고서도 조금은 암담했던 그런 기분이었다. 아마도 작년 언젠가 읽고 애거서의 책 중에서 드물게 홀딱 반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생각하고 이 책을 주문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난 이 책이 도착해서 거진 50페이지 넘게 읽을 때까지 이 책에 회색 뇌세포 포와로께서 등장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읽지 않을건 아니었지만 참 이런 기분이라니.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를 왜 그리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딱히 꼬집어서 이것 때문이다라고 할 수 있는건 별반 없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가 역시나 탐정에서는 최고봉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보니 다른 이들은 - 미안하다 이렇게 지칭해서 - 제대로 눈에 차지 않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탐정의 스타일을 심하게 타는게 아닌가 싶다.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 보다는 셜록 홈즈와 왓슨이 좋고, 필립 말로우가 좋은 것처럼 말이다. (아, 너무 광범위한 비교인지도 모르겠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조용한 마을에 로저 애크로이드가 살해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추리과정이다. 그의 사망시간 즈음 그와 함께 저택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죽일 수 있는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같은 마을에 살았던 미망인이 있었고, 그 미망인은 남편을 독살했으며, 그 후 로저 애크로이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사랑에 문제는 그 미망인의 독살을 알고 그녀를 협박하던 이가 있었다는 점이고, 그녀는 그 협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게 되는데, 사랑하던 애크로이드에게 협박범의 정체를 알리는 편지를 남긴다. 요컨데 애크로이드는 그 협박범의 편지가 전해지던 날 저택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와중에 살해된다. 손님과 하인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그의 사망시간에 알리바이가 있고, 용의자는 그의 양아들로 모아지게 된다. 하지만 포와로는 말한다. 그는 살인을 하기에 너무 동기가 많다고.

 

 사실 추리소설의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누가 뭐라해도 가장 독자가 추리소설을 읽게 하는 힘은 누가 범인인지 작가가 그것을 독자에게 기막히게 속일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느냐이다. 물론 범일을 밝히고 그 과정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독자를 숨막히게 할 수도 있겠으나, 그 누가 뭐라해도 기본에 충실한 작가라면 적어도 한편쯤은 "이야~"라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그런 독자를 속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읽으면서 숨도 못 쉴 만큼 힘들다가, 다 읽고 나서 무서움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인디언 노래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과 같은 그런 아찔함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는 없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이게 뭐냐~"라고 벙찔만큼 아득한 기분은 종국에 가서는 느끼게 될거다. 하지만 작가의 변(變)처럼 작가는 그 마지막 두어장을 위해서 책을 전체적으로 치밀하게 조직하고 단어를 선택해서 썼다는 점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추리소설을 읽는, 어쩌면 셜록 홈즈와 왓슨의 추리방식에 어쩌면 그들의 스타일에  너무나 익숙해진 우리들을 미소지으며 -왜 난 그녀의 미소가 섬뜻할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 작가가 써내려간 완벽한 도전이다 아찔한 작품이다. 그녀의 변(變)대로 이런 류의 아이디어는 한 한번, 단 한 사람만 쓸 수 있는거니까. (하지만 역시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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