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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차별의 경제학 -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
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일전에 모식품사에서 빵을 하나 구입한 일이 있었다. 치츠케익인가 아무튼 그런 류의 빵이었는데 빵을 먹을려고 봉지를 뜯었는지 안에서 하얀 실 같은 녀석이 하나 나오는거다. 가족이 둘러 앉아서 이 녀석이 빵인지 아니면 이물질인지를 이야기한 결과 그 녀석은 이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진도 찍어놓고 다음 날 아침 식품사에 연락을 해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식품사에 연락을 한 결과 그들의 일처리는 다음과 같았다. 연락을 꽤 이른 오전에 했는데 오후 늦게 즈음 담당자가 찾아왔다고 한다. 왜 이리 늦었느냐는 말에 그들은 제조공정 어디에서 그 실이 들어갔는지를 찾으려고 늦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 실이 들어갔는지를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았고, 그 부분에 보완조치까지 하였다고 한다. 정말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그들은 증거물(?)을 가지고 사라졌고 한다.
나는 집에 와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식품사에 더 믿음이 생겼다. 소위말해 경제학 용어로 '신뢰'가 생긴거다. 한창 식품 속 이물질에 대한 말이 많은 시점에 이물질의 원인을 찾아서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점까지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난 이전에 어느 식품사에게도 가지지 못했던 신뢰가 생겼다.
<가격차별의 경제학>을 받아 들었을 때 나는 그렇고 그런 심리학 서적인 줄 알았다. 흔히 지금까지 읽어본 가격과 소비자를 연결한 책의 결론은 내 식으로 말하면 '소비자는 이성적이지 않으며 바보이다'랄까. 그래서 뭔가 속이 만족스럽지 만은 않았다. 사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경제 주체를 모두 이성적이며 이기적인 존재로 해석하고 경제활동에 대해서 논의한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이론들은 이 기본 전제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절대 이성만으로 판단을 하지 않고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행동까지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 때도 그렇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전공 탓인지 꽤마 이런 류의 책들은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꽤나 결론이 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사실 <가격 차별의 경제학>도 그리 시작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다.
이 책도 소비자는 절대 이성에 의해서만 판단하지 않고 감성에 의해 판단을 하기도 한다. 또한 더불어 그 감성이 얼마나 판단을 하는데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아직도 기업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 사람들은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산 곳에 가서 환불받는 단순한 절차를 놔우고 굳이 기업에 신고를 하고, 그 기업에서 만족할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블로그에 올리고 TV에 제보를 하느냔 말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하등 이득이 되지 않을 행동을 하는냐는 말이다.
<가격 차별의 경제학>은 이 점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가격을 놓고 그 가격에 끌려 기업의 상품을 사는 소비자와 불만이 소비자를 분석하면서 가격이란 어떻게 책정되는지, 어떤 가격을 소비자는 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시적인 조건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평소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그 행위를 덜 부당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눈 사태가 발생한 지역에서 눈을 치우는데 필요한 삽의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실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그 가계가 평소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면 그 행위를 덜 부당하다고 느끼고 납득한다는 말이다. 결국 <가격 차별의 경제학>에서 이야기하고나 자는 바는 소비자가 납득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기업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꽤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그리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