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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아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정체성 없고, 내용에 대해서 일말의 실마리도 없으며, 센스조차 없고, 스타벅스의 후원을 받아 출간을 한 듯 한 이 책 제목은 무엇인가' 원 제목도 <How Starbucks Saved My Life>이니 <땡큐! 스타벅스>라고 번역이 되었어도 사실 할 말은 없지만 책을 접한 순간 기막혀서 피식거리는건 어쩔 수 없다.
50세를 넘겨 한 회사의 중역 자리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회사에서 소위 명퇴를 당했고, 본의아니게(본의아니게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외도를 저지르다가 호호 할아버지 나이에 아이를 가졌고, 덕분에 부인과는 이혼했다. 뇌에는 종양이 생겨 귀도 잘 들을 수 없게 되고, 조만간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회사가 없어 의료보험이 없다. (놀랍지 않은가) 누구하나 의지할 수 없이 살아가고 더 이상 무엇하나 희망이 없고,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는 순간이란 이런 순간이다. 이런 순간에 처한 한 남자에게 인생에 두번째 기회가 찾아온다. 사실 제목인 '땡큐! 스타벅스'가 그리 탐탁치 않지만 차마 뭐라 못하겠는건 그 때문이다. 한 남자에게 '땡큐!'라는 말로는 부족한 인생에 두번째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땡큐! 스타벅스>는 인생에 두번째 기회를 맞은 노인(노인이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지만 다른 적당한 단어가 어렵다)이 스타벅스에서 일을 배워나가고 인생에 대해서 되새김질을 하는 과정이다. 잘 나가는 광고회사의 중역까지 올라 이전까지는 실패라는 단어를 모르고 아랫 사람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만을 강요하던 그가 스타벅스에서는 다른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이든 노인이 스타벅스에서 초록 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일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커피를 좋아하는 그의 강점을 살려 그는 그곳에서 우수한(!)이 되었다. 그는 그렇게 하루하루 새롭게 살아가면서 깨닫는다. 지금이 인생에 더 없이 행복한 순간임을.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잊었다고 생각한 것을 그는 다시금 발견하고 새롭게 찾은 것이다.
사실 <땡큐! 스타벅스>은 읽으면서 꽤나 놀라웠던 점은 주인공 스티븐의 놀라운 인생과정이다. 그는 적어도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감격해 마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20세기 문학가들과 줄줄이 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하지만 헤밍웨이부터 시작해서 카포티까지 이어지는 그의 문학가들과의 소소한 연들은 내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하는 것이었다. 진정 이 점은 부러웠다. 하지만 그 점 외에는 그다지 큰 감동이 없었고, 무엇보다 스타벅스의 마케팅인가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까지 했다. 스타벅스의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마시는 그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