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1년 몇 개월 정도 회사를 다녔지만 회사에서 나온 명함을 사실 한 통도 다 써보지 못했다.
회사의 특성상 외부 사람과 자주 만날 일이 있지 않은지라, 사실 명함을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보니 내 명함은 거의 가족, 친척, 친구들과 가끔 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군)
사실 명함과 관련해서 재미있는건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꼭 쓸 일이 없다는 사실. 지갑에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막상 쓸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꼭 그러다가 지갑정리를 한다거나 해서
명함이 마침 딱 빈 날 아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만나거나 혹은 기타 등등으로 인해 사용할 일이 생긴다는거다. 이거 참 난감하다.
사실 몇 일 전에도 점심 시간에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서 들어오는 길에 누가 툭 치길래 돌아보니 대학 때 같이 스터디를 했던 사람이다.
반가운 마음에 잠깐 인사를 하고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점심 시간이니 시간은 없고 해서 명함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필 이날도 명함이 없었던거다.
덕분에 난 그분의 명함을 받아서 오고 내가 연락을 하기로 했다.
사실 명함을 지갑에 넣어다니는걸 꽤 싫어한다. 명함은 명함지갑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고전을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명함을 카드 전표와 함께 지갑에 넣어서 다니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어쩌면 그래서 지갑 속에 명함이 꼭 필요할 때면 없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집에 들어온 이 시간에 텐바이텐에 잠시 들어가, 명합지갑과 카드지갑에는 어떤게 있나 유심히 보고 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사실 명함지갑같은거 없어도 전혀 문제 없는데.
명함지갑이 없어도 카드지갑이 없어도 사실 살아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걸.
어쩌면 우리는 어떤 물건을 '필요'에 의해 구입하고 소비하는게 아니라 '욕구'에 의해 구입하고 소비하는게 아닐까.
필요와 욕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부에서 강제되는냐이다. 요컨데, 필요는 외부에서 강제되지 않지만 욕구는 그렇다는 것.
요컨데,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때로 욕구는 강요된다고 난 생각한다.
개인에 따라 필요와 욕구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현대는 욕구를 강요당하는 시대이다. 좋은 싫든.
결론은 명합지갑과 카드지갑은 굳이 없어도 문제없을 것 같다는 것.
하지만 돌아서면 난 또 욕구에 굴복할지도 모른다는 것.
왜냐하면 난 지금도 인터넷 한 창은 텐바이텐에 할애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