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혹은 '불멸의 사랑'은 우리가 꿈꾸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찬미와 욕망은 많은 작가를 먹여 살리는 장르로 굳건하게 '불멸의 사랑'이 서 있게 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하고 듣지만 끊이지 않는걸 보면 어쩌면 우리는 그 사랑 이야기 속 '당신'을 찾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혹은 내가 어디에 있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나를 찾아줄, 그리고 기억해줄 '당신'을. 


앤드루 데이비슨의 <가고일>은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그렇고 그런 많은 책 중에 한권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오래도록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을 안고 서로를 찾았던 두 연인의 이야기 말이다. 소설은 전도 유망한 배우겸 제작자가 자동차 사고로 화염에 휩싸인채 화상을 입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소설을 영화로 옮긴다며 가장 고민될 장면인데 꽤나 자세한 묘사로 작가가 많은 조사를 통해 글을 썼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화상치료에 매진하던 그가 치료를 받는 유일한 이유료 '자살을 하기 위해'라고 생각할 즈음, 그에게는 마리앙네 앵겔 이라는 한 여인이 찾아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들의 과거와 자신들의 사랑, 그리고 단테의 <신곡>을 기억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녀와 그의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그 사랑의 결말이 무엇이 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가고일을 조각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치유하게 된다. 그녀는 그와의 끊이지 않는 불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자신과 그녀의 과거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혹은 그녀의 삶 속에서 점차 치유하게 된다. 치료를 받는 유일한 목적을 자살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다른 삶이 찾아온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그녀와 오랜 시간을 망각했던 그와의 만남은 짧은 시간이었다. 길지도 않았고, 어떤 강렬한 감흥이 있지도 않았다. 소설 속에서 가고일은 그녀와 그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지켜주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생을 유지시켜주는 존재이면서도, 그녀의 삶을 결정지어주는 존재이다. 그녀와 그의 삶 속을 동시에 공유하는 존재가 바로 가고일이다. 한번쯤은 꿈꾸는 영원한 그리고 불멸의 사랑을 오랜만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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