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참 주말이면 산으로 많이 놀러 다녔다. 먹을 거리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누어 짊어지고, 동생과 나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함께 산을 참 많이도 올라 다녔다. 세월이 지나 형제는 중학교, 고등학생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함께 주말에 산에 올라가는 일은 힘든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아주 가끔씩 차를 몰고 함께 드라이브를 다녀도, 산에는 참 자주 다시 가지 못한다. 아주 가끔씩 그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빠릿빠릿하게 짐을 챙겨서 밥도 해먹고, 돗자리에 누워서 둥글거리고, 숲에서 낮잠도 자고 하던 그 시절이 말이다. 


<바람과 별의 집>은 1년 12달, 주말이면 짐을 챙겨 두 아이와 함께 캠핑을 하는 가족의 1년 기록이다. 따뜻한 집을 두고 왜 차가운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 하는지를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라기 전에 조금이라도 가족의 시간을 만들고 싶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미 중학생이 되어버려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들어앉아 있는 딸이 아마도 그들 부부에게 가족이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했을 듯 하다. 뻔하지 않은가. 나도 그랬고, 내 동생도 그랬고, 세상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그러니 말이다. 


이들은 주말을 따라, 24절기를 따라가며서 여행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집에서는 혹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간다. 당장 지난 주에 텐트에서 자는 것과 이번 주에 텐트에서 자는 것이 다르다는걸 몸으로 직접 부대끼며 배웠다. 그들은 어느 부모도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못하는 것들은 혹은 채험들을 하나씩 하고 있는 것이다. 체험학습이라는 말로 농촌과 바다 혹은 자연의 변화와 삶을 경험해야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무엇을 경험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바람과 별의 집>은.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는 '일반적인 부모'와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생활을 하고 아이를 기르기 때문에 이런 1년 동안 방방 곡곡을 누비는 캠핑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지극히 보통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리고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어느 학원이 좋다는 소문을 부모끼리 공유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긴, 이들 가족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이들 가족을 특별하게 만든 한국의 평범한 일반적인 부모들이 이상한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이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몸을 쉬일 곳으로 여기며 24절기, 1년을 여행한 경험은 그들 가족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단순히 두 딸에게만 경험이 되는 것이 아닌, 부부에게도 가족으로서 혹은 부부로서 혹은 각 개인으로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자녀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그들은 부모와 부부이기 전에 한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하나씩 배우고 꺠닫는 것이다. 바람을 몸으로 듣는다는 딸의 말에 깜짝 놀란 그녀의 엄마처럼.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집에서 꼭 읽어봤으면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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