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를 언제 읽었는지는 사실 정확하지 않다. 어쩌면 고등학생 이었던거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서 신기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정말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난 그 책을 읽기전까지는 정말 백설공주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순수한(?) 백설 공주임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참 어지간히도 삭막한 책이었구나 싶다. 지금이야 <서프라이즈 TV>같은 곳에서도 그림형제의 이야가 '사실은~'이라는 말로 다시 나오는 세상이지만 적어도 내가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그러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서 생각해보니 그 때 생각이 꽤, 아니 사실은 아주 많이 난다.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는 다양한 전 세계 사건,사고, 인물 이야기를 모아놓은 잡학서이다. 주제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과 '잔혹'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상당히 짧막한 것들을 묶어 놓았기 때문에 길어야 3~4장을 넘지 않는다. 요컨데 그야말로 제대로 된 에피소드 모음집이라는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읽으면서 신기하지도 않고 절대 유쾌하지도 않다. 제목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것 같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있고, 역사에 실제로 기록된 이들의 이야기 또한 존재한다. 특히 1부에서는 주로 잔혹한 형벌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처형방법, 마녀사냥과 같은 이야기들은 읽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역사속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나 상대적으로 '잔혹'하다기 보다는 '기묘'한 이야기는 그리 부담스러지 않은 편이다. 잔혹한 이야기보다는 기묘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흥비롭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상당한 재미를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재미없기도 하다는 점이다. 소재가 워낙에 자극적이다보니 눈이 절로 끌리고 읽는 속도도 빠를 수 밖에 없다. 적어도 후루룩 읽을 수는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문득드는 찜찜함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결국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모아놓은 모음집인데, 그 자극의 강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읽는 재미는 있으나 다시 책을 펴게 될지는 영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