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난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꽤 사실은 아주 많이 좋아했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는 것에 상당히 관대했던 부모님 덕분에 주말에 명화는 꼬박꼬박 챙겨볼 수 있었고, 중등학교에 다니면서도 18세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보면 그때는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여인의 향기>를 보느라 눈을 벌겋게 뜨고 '주말의 명화'를 보던 시절을 생각하면 내 부모님은 내가 보거나 읽는 영화나 책에 관한한 상당히 관대하셨지 싶다. 그런데 꽤 재미있는건 영화를 꽤 열심히 본다고 생각하는데 목록을 곰곰히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흑백영화'라는 표현이 딱 맞는 영화들을 열심히도 섭렵했다는 점이다. 좀처럼 찾기도 힘들고 찾지도 않는 영화들을 보면서 난 '이래서 영화를 보는거야'라고 생각하곤 한다. 


가네시로 카츠키의 신작 <영화처럼>은 영화를 테마로 해서 한 곳으로 모아지는 중편 모음집이다. 가츠키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유쾌함이 이번에도 제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보면 그의 작품들은 항상 영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도 순신과 아버지는 이소룡을 각자 보았고 <GO>에서도 스기하라와 그녀는 영화를 보곤 했다. 그릭고보면 카츠키의 작품은 그가 직접 참여해서 영화하 하기도 한걸 보면 가네시로 카츠키라는 작가 자체가 영화와는 상다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글을 쓰고 생활을 하는 듯 하다. 


<영화처럼>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영화를 테마로 해서 등장한다. 각 인물마다 자신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끼고 등장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각자의 인생이 있고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인생 이야기가 있듯이 이 소설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서로를 볼 수 없었던 두 친구가 <태양은 가득히>를 통해 기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원작 소설을 다시 찾아서 읽고 싶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 남편의 자살 이후 삶에서 도피하려던 한 여자가 한편씩 영화를 보면서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영화를 하루에 하나씩 차근차근 보고 싶다. <로마의 휴일>을 함께 보는 가족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소주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 소설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주요 테마인 <로마의 휴일>을 보기 위해 모이는 장면으로 수렴하는건 인상적이다. <로마의 휴일>을 이 소설에 등장한 사람들이 함께 보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웃음이 나오니 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영화가 삶을 모방하는지, 삶이 영화를 모방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해보면 모든 예술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특히 영화에서는 이 말을 곱씹게 된다. 영화가 혹은 소설이 우리들의 삶을 반영하고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영화처럼 살고 싶어서 영화를 모방하며 사는 것인지 말이다. 가네시로 카츠키는 삶과 영화를 수평선에 놓고 바라보고 있다. 삶은 영화를 통해 위로받고, 영화는 삶을 투영한다. 결국 우리는 영화와 함께 소설과 함께 수평선을 맞춰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위로받고 위로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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