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위대한 작곡가는 9번까지 쓰고 죽었다더라. 10번 교향곡을 쓸 수 없다는 이야기는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이름으로 항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19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10번 이상으로 교향곡을 내놓은 작곡가도 있지만 유독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이 '9번'까지 작곡해서 인지 소위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재미난 흥미거리이다. 


'베토벤이 10번 교향곡을 썼다면' 아니 정확하게는 '완성했다면'으로 시작하는 조셉 엘리네크의 <10번 교향곡>은 이런 류의 가정으로 시작하는 책이 지니는 필수적인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역사에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집어넣는 이런 소설은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라는 개연성이 첫째이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적인 재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둘째이고, 이 두가지를 잘 버무려서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게 글을 쓰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생각보다 꽤 까다롭지만 제대로만 만들어내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도 있다. <다빈치코드>나 <장미의 이름>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0번 교향곡>은 기본적으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의 테마를 발견해서 자신이 재구성했다는 한 음악가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추적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구성했다는 10번 교향곡이 음악가의 재구성이 아닌 온전하게 베토벤이 직접 쓴 10번 교향곡이라는 확신을 사람들이 가지면서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10번 교향곡 악보를 찾기 위해 전쟁아닌 전쟁을 치르게 된다. 특히 이제는 이런 류의 이야기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의 이야기까지 등장하면서 10번 교향곡 악보를 차지 하기 위한 추적은 흥미진진 그 자체이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과 교향곡에 대한 설명은 자주 듣지 못하는 만큼 각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결국에 음악가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과정과 10번 교향곡의 악보가 누구 손에 떨어지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재미나다. 


이런 류의 책은 읽을 때는 정신없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뒷끝이 별로 개운치가 않다. 역사에서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넣는 다는 것이 애초에 가장 입맛을 텁넙하게 하는 일이어서 그런가 싶지만 <장미의 이름>을 읽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아마도 <10번 교향곡>에서는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에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적 유희만을 주고 읽는 재미만을 줄 뿐 그 외에는 다른 요소가 없다는 점이 가장 입안을 텁텁하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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