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성경 1
리하르트 뒤벨 지음, 강명순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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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의 기본은 읽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심오한 고민과 진리를 그 안에 넣어놨어도 어쨌든 소설의 가장 기본이자 최고는 결국에는 읽는 재미라는 뜻이다. 시쳇말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지 혹은 살아 남는 자가 강한지를 가끔 이야기하는데 소설도 비슷하다. 살아남은 소설이 생명력을 가지는 걸보면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소설에는 '읽는' 재미가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내용은 둘째치고 '읽는' 재미 마저 주지 못하는 소설은 존재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악마의 성경>은 인간의 지식에 대한 탐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중세까지만 해도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추운 겨울 손을 불어가며 쓴 필사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거진 대부분의 지식은 수도사들이 서로에게 전달했고 지극히 소수에게만 전달되었다. 한 수도사가 알아낸 세상을 모두 알 수 있는 지식을 악마에게 부탁해 적은 책 '악마의 성경'은 그 지식의 중심에 있는 책이다. 


<악마의 성경>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악마의 성경'과 관련되어 가족이 몰살당한 청년과 그 청년과 함꼐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아 나선 여인이 등장한다. 또 다른 축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악마의 성경을 뒤쫓는 청년과 그의 연인이 등장하고, '악마의 성경'을 손에 넣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수도사가 등장한다. 1권에서는 '악마의 성경'과 관련된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이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에 책을 할애한다. 가족이 몰살당한 청년은 왜 아버지가 '악마의 성경'을 찾아 다녔는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고, 연인과 자신을 위해 프라하까지 온 청년은 '악마의 성경'과 자신의 연인 모두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악이 가지게 되면 세상이 끝장날지도 모르는 '악마'의 성경을 누가 손에 넣을지를 그리는 추격전이다. 어느 누구도 '악마의 성경'을 어떻게 사용할지 확신할 수 없고 다만 그저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악마의 성경'을 어떻게 찾을지 그리고 사용할지 또한 누가 자신처럼 찾고 있는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1권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지루하기도 하다. 내용이 절대 가볍지도 얇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었는데 이 정도 밖에 진행이 안되다니..' 싶은 마음이 든다면 거짓말이 아닐거다. 2권까지 읽고 나면 1권에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아 답답했던 '악마의 성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그 책을 찾는 이는 누가 될지,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될지가 밝혀질테니 묵묵히 읽는 수 밖에. <악마의 성경 1 >은 읽는 재미는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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