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고고학에는 항상 이야기거리가 충만하나 그 '과거'의 이야기와 '지금'을 연결하는 재주를 가진 이는 극히 드물다. 물론 이런 면은 고고학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신화나 역사, 문학과 같이 '시간'을 먹고 사는 학문에게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실컷 '과거'의 이야기를 하기는 좋은데 그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야말로 그 시대의 눈으로 해석한 '과거' 이야기가 이들 학문의 고민이자 도전인 셈이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은 지금까지 유명한 고고학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나만 그러한지도 모르겠지만 인상적이게도 작가보다 역자가 김석희씨가 눈에 더 띈다. 번역을 하는 것은 새로운 글을 하나 새롭게 쓰는 행위라고 할 때, 역자가 김석희라는 점은 그리고 그가 고고학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은 꽤 믿음이 가는 일이다. 그의 <로마인 이야기> 번역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고고학'에 포인트를 두기 보다는 '낭만'과 '모험'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책에서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고고학적 중요 사건이나 지역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을 설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흐름은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집트 피라미드, 미노스궁, 트로이의 유적, 폼페이, 마사다, 아서왕, 이스터 섬, 아스텍과 잉카제국 등 모두 이들에게는 과거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고고학 유적지만을 보여주고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나 언급은 적게 하고, 그 유적에 딸려있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미노스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가득이고, 트로이나 폼페이에서는 그 유적지를 발굴하기 까지 길고 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이다. 마사다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유적 자체보다 공성전을 벌이는 과정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집중하고 있다. 

나에게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는 읽으면서 고고학이라는 학문 보다는 유적지에 얽힌 각종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는 책이었다. 고고학이나 역사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유적지나 역사의 '위대함'을 그들만의 언어로 설명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과거의 이야기는 사장되고 말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트로이 전쟁을 들으면서 두근거리지 않을지도 모르고, 피라미드를 보면서도 별 감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대중에게 유적지와 역사를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가 유독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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