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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난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랐지만 특이하게 초능력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초능력에 관심이 별반 없는건 여전해서 초능력을 주제로 하는 영화나 책은 그다지 보지도 읽지도 않는 편이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생각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내가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가지고 싶은 능력은 순간 이동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날 이면 특히 그런 갈증을 더 했다.
순간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두 소년 이야기
소설 <점퍼>는 딱 이런 내 평소 기대에 부합하는 책이다. 순간 이동을 할 줄 아는 두 소년의 이야기인데, 제목이 꽤 단순하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1편은 18세 소년 데이비드, 2편은 12살이 된 그리핀이 주인공이다. 1편에서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가 우연히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게 되면서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릴 적 헤어진 어머니를 찾으면서 점차 그는 자신의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정립해 나가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그는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아버지를 절대 잊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편에 주인공 그리핀은 부모님이 어렸을 적부터 순간이동 능력을 깨달아 아이를 키운다는 점이 1편에 데이비드와는 다른 점이다. 부모님은 가능한 그리핀은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하지만 그리핀의 실수로인해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추적하는 이들에게 쫓기게 된다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것은 1편에 데이비드와 2편에 그리핀은 꽤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데이비드는 가출한 어머니, 학대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면이 보인다. 그의 능력도 사실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당장 벗어나기 위한 소위 절박함에서 나왔다. 그래서 그의 능력은 어머니가 비행기 납치 사건으로 사망하면서 목적을 갖게 된다. 어머니를 죽게 만든 테러조직을 찾는 아주 분명한 목적의식 말이다. 반면 2편에 그리핀은 어릴 적부터 부모의 세심한 보호를 받고 자랐다. 그래서 부모가 죽었을 때 그리핀이 느끼는 막막함은 아주 거대한 것이다. 그런 그의 절박함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리핀의 목적의식은 그래서 당장 살기 위한 것이다. 물론 둘은 이런 차이가 있지만 좀처럼 자신의 주변에 사람을 둘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은 항상 좋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읽는 재미는 주지만 그 이상은...
1편과 2편 모두 상당한 수준의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소설의 기능이 제 아무리 많아도 역시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 재미를 주어야 한다. 애초에 글을 쓰고 읽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나온 산물이 소설인만큼 읽는 재미를 주지 못하는 소설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점퍼>는 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일단은 책을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전개와 호흡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다소 아쉬운 사실은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이 책은 동명 영화로 개봉을 했고 반응을 아직은 모르겠지만 영화로 옮기기에는 손색이 없는 소재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지으면서 이 두 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불어넣고 싶었는지를 다소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부분이 아쉽다. 어머니를 죽인 사람들은 찾아다니고, 자신을 위협하는 자들과 대치하는 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다소 막막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소재의 특성이겠지만 깊이를 찾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