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로냐프 강 2부 1 - 이백 년의 약속, 한국환상문학걸작선
이상균 지음 / 제우미디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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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얀 로냐프 강>의 1부 마지막은 파스크란과 퀸트린이 이냐바뉴의 군대 속으로 돌진하는 장면으로 끝이난다. 그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그들은 이나바뉴, 셀큐러스를 지나 끝까지 달려 루우젤 땅, 로냐프 강까지 까지 달리겠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그런 그들의 대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로젠다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작가가 원했던걸까. <하얀 로냐프 강> 2부는 파스크란과 퀸트린, 그들이 닿고 싶었던 로냐프강을 끼고 있는 루우젤의 독립 이야기이다. 

물론 1부에서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인물은 전설속의 인물로 등장할 뿐이다. 파스크란은 루우젤의 기사들에게 우상(?)으로 등장하고, 퀸트린은 이냐바뉴의 몰락한 세럿 가문으로 가끔 등장한다. 그들의 오래 전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와 병치되면서, 바람이 머무는 땅 루우젤에서 자신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 다시 한번 시작된다.

루우젤, 그들의 삶에 대처하는 자세
<하얀 로냐프 강> 2부는 이나바뉴에 정복된 루우젤의 평범한 일상, 다양한 인물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루우젤 땅에는 장로라는 이름으로 낮춰졌지만 루우젤 사람들에게는 왕과 왕자인 이가 있다. 그들 주변에는 바스엘드감인 인물도 있고, 그들을 이끌어줄 두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루우젤을 사랑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루우젤에서 벗어나 이나바뉴의 기사가 되기를 꿈꾸는 이도 있다. 그에게 루우젤은 저주받아야 하는 조국이다. 자신에게 지우고 싶은 존재, 딱 그만한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 셋은 어릴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이지만, 한쪽은 조국인 루우젤을 위해 싸우게 되고, 자신의 조국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이는 이나바뉴의 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부정할 수 도 없다. 그들은 반드시 전장에서 만나게 될 운명이다. 

전작인 <하얀 로냐프 강> 1부는 중세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풍미를 제대로 살린 소설이었다. 그 안에는 얼굴을 마주보고 칼을 맞대고 싸우는 이들이 있었고, 기사도가 있었고, 적군에 있는 이 마저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1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전쟁과 그 안에서 피어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로맨스이다. 1부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시대의 기사도와 전쟁 자체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하얀 로냐프 강> 2부는 3권을 읽고 있는 현재는 1부와는 다르게 기사도와 전쟁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히 1부와 비교되는 점인데, 2부에서는 라벨 가문의 망나니(?)가 정치적으로 어떤 열량을 발휘할지, 야망을 가지고 있는 이가 어떻게 그것을 하나씩 실현시키는지는 부각시킨다. 오히려 1부를 읽고 로멘스와 기사도를 기대했다면 2부를 읽으며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은 차갑다는 것을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흘린 눈물과 그를 보며 누군가가 흘린 웃음을 보며 말이다. 

1권에서 가장 초점이 맞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들의 자세'이다. 1부에서도 로젠다로가 이나바뉴를 이기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였다. 다만, 소설은 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전쟁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 2부도 그렇게 될 것이다. 결말까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치라기 보다는 차가운 현실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일 것이다. 어찌보면 기적을 원한다면 기적을 행하라는 파스크란의 말이 오래도록 울림을 주는 것은,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겠다는 바스엘드의 말은 그런 현실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인 것이다. 그들에게 꿈이 허왕되다 비웃지마라. 본래 현실은 그런 꿈을 가진 자들이 바꿔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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