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건 아닌데 가끔씩 그렇게 책을 고르게 될 때가 있다.
속이 헛헛해져서 소설을 꾸역꾸역 닥치는대로 꺼내 읽는 때가 있고
또 언제는 속이 텅 비어버린 듯 해서 꾸역꾸역 내 안을 지적인(?) 무언가로 채우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소설을 읽고 싶은 때는 내 주변에 이야기가 없을 때였고,
인문서나 역사서를 찾아 읽을 때는, 내 안에서 꺼내 쓰기만 하고 있다고 느끼던 때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루키의 어느 에세이에 나온 이야기처럼
텅빈 연료탱크를 안고 달리는 기분이 들 때면 소설을 읽어야 하고,
박박 긁어쓰기만 하고, 안에서 솟아나지 않는 그런 우물같은 기분이 느껴지면 역사서를 읽어야 한다.
지금은 글이 한 글 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걸 보니
우물이 샘솟도록 다시 채워야 하는 시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