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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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고 잊고, 왜 제목에 콜레라가 등장하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두어 장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자가 여자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10년 전의 나는 그 부분에 굉장히 감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읽을 소설이 마침 떨어지기도하고, 고전만한게 없다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하지만 읽지 말걸 그랬구나, 추억 혹은 기억은 그냥 꺼내보는게 더 아름다운 거구나, 그리고 이 소설을 얼마나 오해하면서 읽었는지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느꼈다.

소설의 골격은 페르디나 다사를 사랑하는 플로렌티노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한 때 사랑했으나 결혼하지 않고 (혹은 못하고) 평생을 한 여인을 살아했던 남자가 있다. 그녀는 신분이 높은 남자와 결혼해서 결혼생활을 했으나, 그는 그녀만을 사랑하며 기다렸다. 그들 모두가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된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사고로 죽게 되고, 비로소 그는 미망인이 된 그녀에게 당신만을 사랑해왔노라 다시 고백한다. 이 소설은 그들의 절은 시절부터 차곡차고 기록된 사랑의 이야기 혹은 일대기이다. 그야말로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랄까. 이 소설을 예전에 읽었을 때는 아마 남자의 기다림과 쉼없는 사랑에 감탄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두어장에는 절절한 남자의 사랑고백이 있으니 말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세상 그 무엇도 버릴 수 있고,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백발노인의 절절한 고백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고보니 이 소설의 중간은 전혀 읽지 않았던가 싶을만큼 훨씬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페르디나 다사의 남편과의 결혼생활에는 신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 20세기 초반 남미의 사회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는 플렌티노가 일평생 그녀만을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육체와 정신이 다르게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의 화려한 여성 편력과 그가 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내가 어렴풋이 억하고 있던 낭만적이고 절절한 사랑과는 너무 괴리가 컸다.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한순간에 - 농담이 아니고 한순간에, 그런 순간이 소위 말하는 현실인식타임이 아니었을까 - 그 사랑이 식고 묵묵히 자신의 결혼생활을 살아낸 여인의 삶. 그리고 그녀를 평생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정신적인 부분만이라 생각하게 하는 남자의 사랑이라.

사실 나는 이 책을 앞으로는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20세기 초반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이 기워진 모습으로 기억할 것 같다. 물론, 굳이 그 시대를 이 책으로만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어쩌면 다시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10년 후에 다시 읽으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10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은 이렇게 강한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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