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저녁밥을 먹고 집 앞 마트에 가느라 집을 나서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들고 나가서 쓰레기통 앞으로 갔는데 그 옆에 난(蘭)화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마트엘 다녀 오면서 난화분이 그대로 있는가 다시 쳐다봤더니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있다. 

네가 우리집으로 갈 팔자인가보다.. 

난 화분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엔 10년도 넘은 난화분부터 3~4년은 된 애들까지 이미 4개의 난화분이 있는데 한 아이를 더 입양시켜 모두 다섯개의 난을 돌봐주게 생겼다.  

데려온 아이를 난화분들 사이에 놓으면서 친구가 왔으니 싸우지 말고 잘 지내,들~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집에 화분이 몇개 있는데 다른 화분들은 모두 신랑 몫. 

그대신 난화분만 내가 물주고 살펴준다. 

쥔아줌마가 하도 돌봐주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꽃도 피워주고 워낙 질긴 생명력인지 죽지는 않고 그럭저럭 살아와 줬는데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더 나아지는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죽어가는 기색도 없이 살아왔다. 

어제 오랜만에(겨울엔 물을 2주에 한 번 정도 준다) 물을 주려고 베란다에서 화분을 들고 들어오는데 

뭔가 낯선게 눈에 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작년 여름에 들여온 업둥이가 꽃대를 올리고 있다. 

어머.. 기특한것.. 

네 전 주인은 이렇게 기특한 아이를 왜 버렸을까.. 죽은것도 아니었는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핀 꽃이랑 어떻게 다른지 잔뜩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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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디어 폈습니다
    from 무스탕 세워 둔 곳 2011-01-28 14:42 
    아직 두 봉오리 더 필겁니다 :)향기가 얼마나 진하던지요. 완전 취했어요 ☆.☆외모는 서양난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그 향기만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죠. 멋져멋져~
 
 
마노아 2011-01-0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둥이 난이 들어왔네요. 집에 은은한 향기를 더해줄 거예요.^^

무스탕 2011-01-05 20:23   좋아요 0 | URL
먼저 있던 애들이 꽃을 피웠을땐 솔직히 향을 모르겠더라구요.
이 애는 어떨런지 기대중이지요 :)

카스피 2011-01-0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난 키우기가 상당히 힘든데 무스탕님은 난치는 재주가 있으신가 봐요^^

무스탕 2011-01-05 20:23   좋아요 0 | URL
하는거라곤 물주기밖에 없는데 알아서들 잘 살아가고 있어요.
가끔 화분도 깨먹고 그러기도 하는데.. ^^;

BRINY 2011-01-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에 돌맹이들을 보니, 요즘 저 돌맹이들이 지 먹이인 줄 알고 하나 둘 가져다 구석에 쌓아놓는 우리집 쥐돌이(알비노 래트) 생각이 납니다.

무스탕 2011-01-05 20:2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거 잔뜩 갖다놓고 먹지도 못하는 쥐돌이 어쩐대요 ^^
알비노 래트 검색해보니 하얗고 눈 빨간 꼬랑지 긴 애들이네요.
이쁘겠어요 +_+ 저 쥐 좋아하는데..

hnine 2011-01-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이 사시면 우리집 화분도 몇개 무스탕님 댁에 입양 보내고 싶어요 ㅠㅠ

무스탕 2011-01-05 20:29   좋아요 0 | URL
에공.. 우리집 애들이 명이 길어 오래 사는거지 잘 살펴줘서 넉넉히 지내는게 아니에요;;
어쩔땐 물 주는것도 막 잊어먹어 여름에도 2주씩 지나고 그러는걸요;;

울보 2011-01-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이 무스탕님을 좋아하나봐요,
우리 엄마도동네에 버려진 화분들을 다 주어오시는데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화분에서 싹이 나는경우도 있어요,,
전 그에 비해 키우다가 힘들거나 죽을것 같으면 얼른 엄마에게 가져다 주는데,,ㅎㅎ

무스탕 2011-01-06 09:45   좋아요 0 | URL
정성이가 3학년때 현장학습을 가서 화분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거에요. 이게뭐니? 물으니 속에 싹이 있대요. 화분을 엎어서 저~ 속에 있는 손가락만한 싹을 꺼내 제대로 심어주니 두구두고 꽃이 피는거에요. ㅎㅎ
저도 식물 잘 못키워요. 죽을까봐 아예 안키우지요. 그런데 이녀석들 제 걱정을 아는건지 그런대로 살아주네요 ^^

라로 2011-01-0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집에 가면 식물들이 명이 길어지나요???ㅎㅎㅎ
저희집에 있는 불쌍한 것들도 보내고 싶어요.ㅠㅠ
저도 가고싶구요,,,ㅎㅎ
아무래도 주인의 손길 차이일까요??
마음씀씀이 차이 일까요??
아마도 둘 다일거라 결론 지으며,,,
무스탕님의 만수무강과 복을 기원합니다.

무스탕 2011-01-06 09:46   좋아요 0 | URL
1년초들 말고는 대체로 살아가고 있네요.
산세베리아도 몇 년째 살면서 또 꽃을 피워줬고요.
오세요! 나비님. 꽃이 안펴서 나비님이 꿀을 얻기 어려우면 제가 설탕물이라도 타 드릴게요 ^^
나비님도 이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셔야해요~ :)

실비 2011-01-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맘도 좋으셔요~
무스탕님께서 맘으로 잘대해주시니 난이 이쁜짓하는거여요.
식물들은 다 느낀다고 봅니다. ^^

무스탕 2011-01-06 09:50   좋아요 0 | URL
다른 나무 같았으면 안델꼬 왔을텐데 난화분이라서 안아왔어요. 이런 편견을 갖고 있는데 알아서 잘 커주니 고맙지요 ^^
맞아요. 식물도 자기를 이뻐하는거 다 알거에요. 저도 그렇게 믿어요.

후애(厚愛) 2011-01-0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이 좋은 주인을 만났군요.^^
예전에 형부가 난을 주셨는데 그만 죽이고 말았어요.ㅜㅜ

무스탕 2011-01-06 13:51   좋아요 0 | URL
난도 다행인거고 저도 착한애 만나서 기분 좋고요 ^^
다시한번 난을 키워 보세요. 한 번 잘못됐으니 이젠 잘 자랄거에요 :)

전호인 2011-01-0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은한 난향.
느무느무 좋습니다. ㅎㅎ
저는 혼자서 집안의 모든 화분을 관리합니다.
옆지기는 거들떠도 보질 않으니 원. ㅠㅠ

무스탕 2011-01-06 13:53   좋아요 0 | URL
왜 전 난향을 잘 못맡을까요? 다른 향수엔 예민한데 말이에요 --a
저희집도 다른 화분들, 행운목이든 산세베리아든 선인장이든 다 신랑이 관리해요. 둘 다 신경써서 물 주고 그러면 죽어! 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전 손을 안대고 있지요. ㅎㅎㅎ

다락방 2011-01-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저 이메일 보냈어요! 확인하세요~

무스탕 2011-01-06 15:57   좋아요 0 | URL
넵!! 휘리릭~~~~

2011-01-06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1-0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님은 제기 거의 반쯤 죽이거나, 아니면 곧 죽으려고 하거나,혹은 죽은것 처럼 보이는 화분들을 다시 살리시는게 취미시죠.
죽이는건 전데, 그애들이 살아나서 다시 푸르러 지는걸 보면, 결국 새 화분을 사는것도 저에요. 물론 엄마한테 등짝을 두들겨 맞긴 하지만요.
생명이란건.. 그런것 같아요.

무스탕 2011-01-07 11:26   좋아요 0 | URL
유독 식물을 잘 가꾸시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그런 분들한테선 생명유지 에너지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퐁퐁 솟아나나봐요.
제 경우는 애정을 갖고 키운다기보다 그저 습관적으로 물주고 옮겨주고 그런게 더 큰것 같은데 애들이 살려고 노력하는거겠죠 ^^;
생명이란 참 오묘하죠 :)

같은하늘 2011-01-07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둥이 난이 꽃을 피우니 올해는 무스탕님에게 좋은 일만 가듯하실란가 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스탕 2011-01-07 11:27   좋아요 0 | URL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요? 혼자 좋은거면 어쩔수 없지만 여럿이 좋을수 있는거면 마구마구 퍼드리지요. ㅎㅎㅎ
같은하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꿈꾸는섬 2011-0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손길 받고 잘 자라주길 바라야겠어요.
전 식물 키우기에 소질이 너무 없어서 잘 키워내시는분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무스탕 2011-01-08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못키워요. 얘들이 알아서 크는거지요.
굳세게 자라서 꽃이 핀다면 다시 사진 올리도록 하지요 ^^

산사춘 2011-01-0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무스탕님 손길 덕이군요.
저도 잘 키워주세요. 무럭무럭 자라겠습니다.

아, 고양이모자 사진 느무 웃겨요. ㅎㅎㅎ

무스탕 2011-01-10 20:56   좋아요 0 | URL
춘님은 제 좁은 폭으론 키워드리기 버거우신 분이지요. 제가 안길 판입니다 ^^;

고양이 귀엽죠? 저 순간을 포착한 사진 찍은 사람도 기가 막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