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저녁밥을 먹고 집 앞 마트에 가느라 집을 나서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들고 나가서 쓰레기통 앞으로 갔는데 그 옆에 난(蘭)화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마트엘 다녀 오면서 난화분이 그대로 있는가 다시 쳐다봤더니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있다.
네가 우리집으로 갈 팔자인가보다..
난 화분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엔 10년도 넘은 난화분부터 3~4년은 된 애들까지 이미 4개의 난화분이 있는데 한 아이를 더 입양시켜 모두 다섯개의 난을 돌봐주게 생겼다.
데려온 아이를 난화분들 사이에 놓으면서 친구가 왔으니 싸우지 말고 잘 지내,들~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집에 화분이 몇개 있는데 다른 화분들은 모두 신랑 몫.
그대신 난화분만 내가 물주고 살펴준다.
쥔아줌마가 하도 돌봐주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꽃도 피워주고 워낙 질긴 생명력인지 죽지는 않고 그럭저럭 살아와 줬는데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더 나아지는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죽어가는 기색도 없이 살아왔다.
어제 오랜만에(겨울엔 물을 2주에 한 번 정도 준다) 물을 주려고 베란다에서 화분을 들고 들어오는데
뭔가 낯선게 눈에 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작년 여름에 들여온 업둥이가 꽃대를 올리고 있다.
어머.. 기특한것..
네 전 주인은 이렇게 기특한 아이를 왜 버렸을까.. 죽은것도 아니었는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핀 꽃이랑 어떻게 다른지 잔뜩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