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언니. 활이 재미납디다." 

하고 빼앙대살로 나무쪽 과녁을 맞히어 보이니 꺽정이는 

"한량 아우가 생겼구나." 

하고 웃고 유복이는 

"그러면 나는 한량 언니라고 할까?" 
 
   

  

1991년 11월  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낸 홍명희님의 '林巨正" 중에서.. 

 

 

요즘 재미있다고 동네방네 소문난 '추노'를 보면 남자들끼리 '언니' 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오늘날 '언니'라 하면 나이가 차이나는 여자들끼리 부르는 호칭인데 그 옛날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야후 백과사전에서 언니라는 말을 찾아보면 

① ‘형’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  

② 자매 사이에서, 자기보다 먼저 태어난 여형제를 부르는 말.  

③ 여자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여자를 높이어 정답게 부르는 말  

 

이렇게 나와 있다. 

추노를 보면서 옛날에 임꺽정을 읽을때 남자들끼리 언니라 부르던 기억이 나서 찾아봤다. 

찾아보며 몇 군데 슬쩍 읽는데 지금은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 또 재미있다.  

   
 

 덕순의 안해 이씨의 친정에서 유명한 장님에게 덕순이 내외의 사주를 본 것이 있었는데, 내외가 백년해로하지만 자손궁이 부족하여 아들이 없으리라는 말이 있었다. 덕순이가 이씨에게 있는 사주 적은 것을 본 뒤에 

"첩을 두어야겠다." 

"아들을 못 낳으면 출처(黜妻)하는 수밖에 없다." 

하고 이씨의 골을 지른 일이 한두 번이 아닌 터이었다. 그날 밤에 이씨가 베개 위에서 

"여보세요, 주무세요?" 

하고 덕순의 몸을 건드리니 이때껏 가만히 소리없이 누워 있던 덕순이가 갑자기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았다. 이씨가 덕순의 몸을 흔들며 

"아이구, 곤하게도 주무시네. 다 새었어요. 고만 일어나 나가시지요." 

하고 소리를 죽이어 가며 웃었다. 자는 체하던 덕순이가 

"닭도 울기 전에 날이 새어? 가짓말이 일쑤로구려." 

하고 머리를 이씨에게로 가까이 옮기어 숨기운이 이씨의 얼굴에 끼치니 이씨가 성낸 목소리로 

"가짓말이 다 무어요. 어떻게 그렇게 낮잡아 말하시오. 내가 당신더러 가짓말로 코를 곤다고 말이나 해보아. 당신은 화를 산같이 내실 것 아닌가." 

하고 덕순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게서가 성을 내신다면 이곳이 말씀을 잘못했소." 

하는 덕순의 말에 

"낮잡아 말하고 게다가 빈정거리기까지 하시는구려." 

하고 다시 덕순을 향하여 돌아누웠다. 덕순이가 자는 체하듯이 이씨는 성내는 체한 것이라 풀 것도 없고 풀릴 것도 없었다.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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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2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 언니 식사 잘 잡수셨어요? ㅎㅎㅎ

무스탕 2010-01-21 22:28   좋아요 0 | URL
댓글 적어주신 시간이면 점심 전이었구요, 지금은 저녁 + 과일까지 빠방하게 먹었나이다 ^^

Arch 2010-01-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전 임꺽정이라. 내용은 그대로일텐데 느낌은 좀 다를 것 같아요. 추노에선 남자들끼리 언니라고 하는구나. 맘 먹고 본적이 있는데 왠 추격신이 한회분에 달하여 좀 지친 느낌이라 안 봐버렸는데... 무스탕 언니구나^^

무스탕 2010-01-21 22:29   좋아요 0 | URL
책이요 후졌어요. 종이질도 꾸지고 글자체도 꾸지고 폰트도 작고..
요즘 책같은 종이질이 절대 아니구요, 먼지 폴폴나는 재생지 느낌이 팍팍!
저 임꺽정 책이랑 태백산맥 책은 정말 옛날책 분위기 막 나요. 누~~래서요.ㅎㅎ

순오기 2010-01-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형도 언니라 했군요.
풀 것도 없고 풀릴 것도 업어라, 코고는 체 화낸 체하는 걸 풀어야 아들을 낳는데...^^

무스탕 2010-01-21 22:31   좋아요 0 | URL
동성(同姓)끼리 부르는 호칭이었대요. 남자끼리 여자끼리.
요즘 전 신랑 코고는 소리 듣기 싫어서 아주 팍- 졸릴때까지 안자요 ^^;;;

라로 2010-01-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뜬금없는 말이지만 사주가 좋아야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제 삼촌은 아들만 둘이 잇는데 역학자 말씀이 사주가 너무 좋아 아들을 둘을 낳앗다고 하시던데
그럼 무스탕님의 옆지기님의 사주가 넘 좋은???

무스탕 2010-01-21 22:33   좋아요 0 | URL
흑- 제 사주는 얼마나 좋길래(?) 아들만 둘일까요?
엄마들을 위해선 살짝 틀어진 사주도 좋은거구만요. ㅎㅎ
잠깐.. 이 상황이 내 사주가 좋은거야 신랑 사주가 좋은거야..? --a

토토랑 2010-01-2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임꺽정보고 의아했었는데
여자들끼리는 '성' 이라는 호칭을 쓰고
남자들끼리는 '언니' 라고 하드라구요.
무스탕님 글 보니 그때 의아했던게 생각나네요~

무스탕 2010-01-21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을때 이게 뭔 일이래? 하며 어색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잊고 있었는데 요즘 추노보면서 생각이 났어요 ^^

미설 2010-01-2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울 신랑은 사십대 초반인데도 어렸을적에 삼형제가 언니 언니~ 했다더라구요~ 좀 웃기지만 저는 그게 그리 이상하진 않더라구요^^

무스탕 2010-01-21 22:36   좋아요 0 | URL
그러셨대요? 울 신랑은 그렇게 부르진 않았었나봐요. 그런 말은 없네요.
요즘 티비 드라마 보시면 옛 생각 나시겠어요.
옛 생각 하시면서 다시 '언니~' 하고 불러 보시라고 권해보세요. 하하하~

2010-01-2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1-21 22:40   좋아요 0 | URL
요즘 애들도 특별히 소속이 없어도 나이 많으면 언니라고 부를거에요.
고등학생 정도되면 '선배님'이라고도 부르겠죠.
전 직장 다닐때도 나이 많은 여선배는 무조건 '언니' 였어요 :)

조선인 2010-01-2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경상도에선 아직도 '누나' 대신 '언니'를 많이 써요. 여자들도 '성아'라고 많이 하고.

무스탕 2010-01-21 22:41   좋아요 0 | URL
오~ 아직 그런 호칭이 살아있는 곳이 있군요. 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여자들이 '성' 하고 부르는건 엄마한테 들어봤어요.
엄마가 육이오때 피난가서 고등학교 졸업한 곳이 대구였거든요 ^^

L.SHIN 2010-01-2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가끔, 남자들이 식당에서 종업원을 향해 '언니~' '이모~' 하던데요.^^
전 듣기 좋더이다~

무스탕 2010-01-21 22:4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맞다. 식당에서 '언니~' '이모~' 그렇게 많이 부르죠 ^^
'아줌마~' 하고 부르는것 보단 귀엽긴 해요.
전 주로 '아주머니~' 하고 불러요. 젊은 종업원에겐 '언니~'도 가끔 사용하는데 '이모~' 소리는 안나오더라구요.

카스피 2010-01-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남자가 동성의 형을 부르던말)란 말도 동무란 말도 현재 우리곁에서 사라져 가는군요.좋은 말들이 사라지는 현실이 좀 안타깝네요.한때 상상 플러스에서 잊혀져가는 우리 말을 알려주어서 좋았던데 어느샌가 사라지더니 결국 폐지되었네요.

무스탕 2010-01-21 22:48   좋아요 0 | URL
요즘엔 정말 듣기 어려운 말이죠. 언니란 말도 동무란 말도요.
동요에도 '동무들아 모여라~ 손에손 잡고서' 하고 부르던 노래가 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노래 안부르겠죠?
저도 상상 플러스 재미있게 봤었어요. 몇 가지 말들은 맞췄었는데 폐지돼서 아쉬운 프로에요.

다락방 2010-0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언니. 열두시가 넘었는데 배가 고프네요. 아~ 자야겠어요. 그쵸? ㅜㅡ

무스탕 2010-01-22 10:11   좋아요 0 | URL
12시 넘어서 뭔가를 먹는다는건 자살골이죠 ㅜㅡ 그냥 잔거 맞죠?
저도 어제 뭔가 먹고싶은거 버티고 버티다 1시 넘어서 잤네요.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