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산을 안가지고 간 정성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우산을 들고 학교로 갔다. 정성이랑 같이 손잡고 돌아오는데.. 

 

정성 ; 엄마. 나 달리기 해서 4등 했다 

무스탕 ; 넷이 뛰었구나 

정성 ; 아니. 다섯이 뛰었어 

무스탕 ; 장하다 -_-  누가 5등 했어? 

정성 ; 구준표가. 구준표는 걸어 

무스탕 ; 손잡고 같이 뛰지 그랬어? 너 그러면 꼴찌 할까봐 그냥 둔거지? 

정성 ; 아냐~ 혼자 뛰게 해야 해

 

 

정성이의 짝꿍 구준표는(물론 가명입니다 ^^) ADHD, 즉 주의력결핍과 행동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다. 3학년때도 같은반이어서 작년부터 봐 온 아이인데 생긴것도 멀끔히 잘생겼고 친구들과도 원만히 지낸다. 

가끔 본인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평범한 아이들 같으면 그저 흘려 지낼수 있는 사소한 일에 과잉 반응을 보일때가 있어서 종종 '엄마. 오늘 구준표가 꼬집었어' 내지는 '엄마. 오늘 구준표가...' 하면서 이야기를 할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같이 싸우면 안된다, 말로 타이르고 제대로 할때까지 이야기 해줘야 한다,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러기가 어린 정성이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난 너무나도 잘 안다. 

그저 우리가 같이 안고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다. 정성이도 구준표 그 아이도 너무도 귀하고 귀한 아이들이다. 조금 더 이해력이 좋은 내 아이에게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도와주는 방법, 같이 잘 지내는 방법, 내가 쬐끔 더 참아야 한다는걸 이해시키고 잊어버리기 전에 반복수업을 해줘서 늘 머릿속에 담아두어 그런 생각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게 엄마들이 구준표를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준표도 꽃보다 이쁘고 정성이도 꽃보다 이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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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16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의 페이퍼에요.
우리 큰딸도 초등 3학년때 짝꿍이 멀끔히 잘생긴 녀석이었는데... 구준표처럼 문제가 있었어요. 6학년에도 같은 반이 되고 중학교에서도 같은 반이 되고...그러면서 우리 딸이 많이 자랐어요. 엄마들이 짝꿍 바꿔달라고 하지 말고 이해하고 돕는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하지요. 정성이와 엄마에게 박수~~짝짝짝!

Kitty 2009-04-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한국에서도 ADHD라고 하는군요.
여기서는 ADHD 아동이 굉장히 많아서 약도 많이 먹고 그러더라구요.
어렸을 때 잘 이끌어주면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준표와 정성이에게 모두 화이팅을! ^^

미설 2009-04-16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성이와 무스탕님께 화이팅^^ 제가 학교 보내 보니까(딸랑 한달여 ㅋㅋ) 짝꿍이나 주위에 앉는 아이들 문제가 좀 신경 쓰이더라구요.. 더군다나 알도는 자기표현을 강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애들한테 치인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기가 약한 편이라 걱정이 더 되네요. 이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 같아요.

hnine 2009-04-16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사이에 있던 일은 웬만하면 아이들끼리 해결하게 두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엄마들이 개입해서 해결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꽤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어요. 아이들끼리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던 일들도 엄마들끼리 전화해서 해결보려고 하던 엄마들때문에 참 힘들었었는데, 무스탕님은 참 다르시네요.
요즘 한국은 ADHD 과잉 반응 상태라고 어느 분께 들은 적이 있는데, ADHD라고 진단 받은 그 많은 아이들이 정말 다 ADHD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모두 다 내 아이들처럼... 가슴에 담고 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04-1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가 엄마 닮았군요.
우리 정성군도 훌륭하고 무스탕님도 정말 훌륭하세요..

후애(厚愛) 2009-04-1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스탕님을 제가 안아 드리고 싶네요.
정말 훌륭하세요.

프레이야 2009-04-1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구준표도 정성이가 있어 도움이 될거에요.
우리집 작은딸도 작년에 비슷한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왕따를 당하던 아이였지요.
그 아이가 폭력을 쓰고 욕설을 할 때에도 다독이고 감싸주고 그랬다네요.
그 아이가 딸을 어찌나 좋아하고 따르던지요. 아이가 양순해졌더라구요.^^
꽃보다 아이들~ 정성아^^

다락방 2009-04-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세상에 무스탕님 같은 분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부터 개념 없는(?) 글을 읽고 왔더니, 여기 오니 마음이 진정되네요. 역시 세상엔 썩은 사과만 있는게 아니에요.

꽃을 보며 멈춰 서 사진을 찍는 무스탕님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무스탕님도 참 좋아요. 어떤분이실까 점점 더 궁금해져요.

무스탕 2009-04-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응원해 주신 여러 님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거라 믿습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면서 폭력에 노출될까 걱정되고 왕따당하지 않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낼까 하는 걱정, 어느 부모가 벗어날수 있겠어요?
그런데 정작 걱정만 하면서 그렇게 될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건 손 안대고 코풀려는 심산이겠죠 ^^;
커서 무엇이 옳은것이고 무엇을 가려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기까지 부모가 좋은 길로 인도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소소한 것들은 부모에게 배운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두 내 새끼같이 귀하게 생각해야죠 ^^

꿈꾸는섬 2009-04-1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공감요^^
구준표도 정성이도 모두 모두 이쁘게 자라길 바래야죠.
혼자 사는게 아니고 함께 살아가야하는거니까요.


마노아 2009-04-1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나 훌륭한 교육의 장입니까. 감동 주르륵이에요. 정성이는 이 마음으로 더 따스한 어른으로 자랄 거예요.^^

메르헨 2009-04-1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추천에...감동에...암턴 기쁨가득입니다.^^
함께 자라가는 우리 아이들이지요.
어느 누구 하나 함부로 할 수 없는 귀한 아이들이지요.
네...어른들은 가끔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거 같아요.
결국엔 이 다음 세대를 그 아이들이 이끌어 갈 것이라는걸요.^^
아름다운 세상을 어찌 내 아이 혼자만 만들겠습니까...같이 해야지요.
휴...저도 저희 아이가 행복하게 ... 잘 자라면 좋겠습니다. 주변 아이들 모두 다 같이.
정성군은 무스탕님이 엄마라서 참 좋겠어요. ^^그쵸?

가시장미 2009-04-2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재미있는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훌륭한 이야기였네요. 내 자식 귀한 줄만 아는 부모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