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경제학 교과서에서 묘사하듯이 필요한 것이라고는 이기심밖에 없음에도, 경제적 인간으로만 가득 들어찬 세상은 아주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낙원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교과서들은 이미 규칙의 합의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합의된 규칙을 존중하는 사회를 당연한 것처럼 전제한다. 그러니,
경제학 개론은 사회심리학과 정치학의 마지막 과목이 완료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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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 - 시골빵집 타루마리와 이우학교 대담집
와타나베 이타루 외 지음, 정문주 옮김 / 우주소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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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이나 행복한 노동이라는 개념도 물론 인상 깊었지만 압도당한 건 책 말미의 ˝나라는 사람이 반드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거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풍부해지는 데 초점을 맞추면 삶이 훨씬 편해질˝거라는 부분이었다. 이 구절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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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희망으로 비대해진 자아는 ‘예정‘된 자본으로 비대해진 부채와 같다. 마치 이스트로 부풀린 반죽처럼. 굳이 더 비유해보자면 느리고, 실패를 동반하고, 어려운 천연균 발효와 같은 숙성은 자아를 풍부하게 한다. 전작을 읽지 않아 제빵과 자본론이 무슨 관계일까 했더니 이렇게 한 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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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이 희망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게 ‘다른 길‘ 정도의 대안이 아닌 모든 길을 지운 드넓은 초원이 된다. 아주 자유로운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가 사회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할 수있는 쉬운 방법‘을 제시하면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자기 목을 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 P49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일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어 보이는 이상일지라도구현해 보려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실현하고 싶은 이상은 ‘행복한 노동‘ 입니다. - P69

나라는 사람이 반드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거나 의미 있는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풍부해지는 데 초점을 맞추면 삶이 훨씬 편해질 겁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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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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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부제에 이끌려 읽었는데 과연 아름답다. 고독에 대한 선생의 정의가 명쾌했고 그런 고독이 궁극의 함께를 이루는 지점이 너무 좋다.
책 말미에 간디의 흔적을 찾아 인도 여행을 계획중이라 하셨는데 코로나19로 못가셨을 듯 해서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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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가난한 세상을 수직으로 지탱하는 건 잠복한 등뼈, 어머니 곡선이다. 그 치열한 에너지와 불안한 존재의 충돌에서 서정시가 파닥거린다

사는 대로 이 도시에 살아질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내가 단골이 되려 했던 적당한 술집들은 다 망했지만
마지막 술집을 찾아야 한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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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편의 단편들과 장편들, 산문들을 거듭하며 그의 글은 건조한 역사의 한 줄에 너무 많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감정이,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들이 살고 지나갔음을 짚어준다. 이번에는 백석을 빌려 그 일을 하였다.
백석이 소설 속에서 절망하고 포기하고 슬퍼하고 기억하고 희망을 가졌음에 위로를 받는다. 월북작가 한 마디로 요약되던 그가 여기서는 이제 사람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을 나는 어쩐 일인지 끝까지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로 생각하며 읽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도달해서야 잘못 생각한 걸 깨달았는데 아마도 두 곡 다 라디오에서 종종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백석에게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들려줄 수 있었던 걸로.

"그런 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짓는 죄와 벌이지. 최선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는 것."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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