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편의 단편들과 장편들, 산문들을 거듭하며 그의 글은 건조한 역사의 한 줄에 너무 많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감정이,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들이 살고 지나갔음을 짚어준다. 이번에는 백석을 빌려 그 일을 하였다.
백석이 소설 속에서 절망하고 포기하고 슬퍼하고 기억하고 희망을 가졌음에 위로를 받는다. 월북작가 한 마디로 요약되던 그가 여기서는 이제 사람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을 나는 어쩐 일인지 끝까지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로 생각하며 읽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도달해서야 잘못 생각한 걸 깨달았는데 아마도 두 곡 다 라디오에서 종종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백석에게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들려줄 수 있었던 걸로.
"그런 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짓는 죄와 벌이지. 최선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는 것."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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