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책소개를 오해한 건지... 자본주의자라는 단어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나는 타샤 튜더를 생각하고 이 책을 샀다. 여름이면 블랙베리를 따고 밀알을 갈아 빵을 굽는 가족이라고 하니. 하지만 프롤로그만 읽어도 알게된다. 이 책은 숲속의 동화가 아니다. 숲속의 낭만주의라면 모를까.
ㅤㅤㅤㅤㅤㅤㅤㅤ
굳이 낭만주의가 이 책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진짜 오랜만에 낭만주의 책(문학비평)을 뒤져보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루소의 정의는 직관적으로 들어맞지만 더 어울리는 페어차일드의 정의다. ˝한정적인 것 속에서 무한정한 것을 찾고,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의 종합을 이루려는 욕구˝가 그것이다.(*낭만주의라는 독자 입장의 해석은 사실 오독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인데 그 이유는 낭만주의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흠...) 저자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7년째 이어오고 있음에도 그것을 실험이라고 칭하는데 이 지점이 페어차일드의 정의와 상통한다고 느꼈다.
ㅤㅤㅤㅤㅤㅤㅤㅤ
빵-숲속이라는 키워드는 《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우주소년)와 연결되어 오랜만에 그 책도 다시 뒤적여봤다. 《천연균...》쪽은 공동체와 사회운동에 좀 더 힘이 실려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 책과 역시 상통하는 면이 있다. 행복한 노동과 자유라는 핵심가치가 그것이다. 이렇게 같은 결의 생각을 하게 하는 건 빵일까 시골일까 하는 아주 단순한 궁금증도 조금 가져보고.
ㅤㅤㅤㅤㅤㅤㅤㅤ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은 감사와 이해를 멈추는 것, 물건의 끝을 생각하고 물건을 들이는 것. 앞의 것은 내가 지향하고 싶은 태도고 뒤의 것은 미니멀리즘을 책으로 배운 내가 드디어 껍데기 미니멀리즘을 졸업하고 스스로 실천 중인 방식이다.
ㅤㅤㅤㅤㅤㅤㅤㅤ
여러 독서 경험을 넘나들며 삶의 삽화를 넣어 쓴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여럿 건넨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지만 내가 내내 가졌던 생각은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백신을 접종하는 세상에서 안티백서도 백신의 혜택을 받는 것과 같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특히 글, 지식이라는 무형의 재화를 경제재로 활용하려면 도시의 자본주의와 누군가의 낭만 없는 노동이 필수적이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은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난 단지 모두가 이렇게 산다면 자본주의가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skimg2 2022-04-0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가 지금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