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사진 - 사진의 오래된 미래
김경훈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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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필름 카메라에 취미가 있었다. 슬슬 디카가 유행하던 때였고 디카 좀 만지다가 렌즈 비싼 dslr 앞에서 필카 쪽으로 노선을 틀었다. 우리집에도 아빠 젊은 시절에 집에 들어온 수동 필카가 장롱에 있었다. 우연히 가지고 논 정도여서 인화까진 못했지만 필름 카메라의 찰나성, 유일성에 푹 빠져서 한참을 좋아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그 취미는 사장되었고...

사진은 수십 장 찍고 다시 안 찾아보는 것, 수십 장 중 하나 고르기도 귀찮은 것, 일 년에 한두 번 날잡고 싹 정리하는 것, 그런데 자꾸 찍는 것이 되었다. 얼굴 윤곽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어플은 안 쓰더라도 반짝이를 뿌려주거나 웃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은 아이가 어릴 때 잘 가지고 놀았다. 사진은 소중한 것에서 그냥 여기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평범한 ai를 통해서도 사진은 여기를 벗어나 내가 보지 않은 것을 보여주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을 가리키기에 이르렀다. 과거를 기록하던 것으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 또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을 그려버리는 그 "사진"에서 꺼림칙함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가 쓴 ai시대의 사진이란 제목의 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ai가 생성한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와 사진이 다른 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영역, 작가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이다. 결론만 보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화의 시대에 사진이 출현했을 때 그림이 사라질 거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그림의 영역을, 사진은 사진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이 사진이 사라지지 않을 거란 확신을 주었다. 기자라는 냉철한 이미지의 직업인이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었다. 사진을 찍는 즐거움, 그 인간다움에 대한 부분에서는 ai로 인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 즐거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태어날 때부터 이 세상에 스마트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고등학생 아이가 수학여행에 가져간 카메라는 내가 오래 전에 산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내가 부모님 장롱에서 필름카메라를 꺼냈던 것처럼 평소 잘 열지 않는 서랍에서 오랜만에 꺼냈다. 그럼에도 충전은 잘 되었고 수학여행에서 웃는 얼굴을 잔뜩 담아서 집에 돌아왔다. 사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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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9
정용준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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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운 날 읽는 차가운 눈송이 같은 연애소설.

『급류』를 좋아했다면 이 소설도 좋을 것이다.

요즘 쓰는 표현으로, "엄마 얼려" 라는 말이 있다. 소중한 엄마의 노화를 거부하고 이대로였으면 하는 마음의 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엄마 얼려, 를 생각했다. 얼릴 수 없는 존재를 얼리려는 부질없는 행동을 향해 돌진하는 인하를 보며 안 될텐데, 하면서 안타까워 했지만

이 소설은 끝내 동화로, 신화로 끝난다.

동아 얼려, 의 성공. 엉뚱하게도 나는 액체의 동아가 정성과 기도와 희망 속에서 육체로 변화하는 것에서 아기의 출생을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그 지점이서 끝나야만 한다. 위기를 넘긴 탄생까지가 신화이기 때문이다. 이후로 그들은 또 다시 서로를 알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시간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입춘이 되면 생일 케이크를 한 번 더 준비하려나...

어쨌든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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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조각 시간 -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성수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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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깨진 사건은 유리조각처럼 삶 전반에 꺼끌꺼끌 뿌려진다. 그래서 주머니에 손을 넣다 피를 흘리게도 하고 절망적일 때 유리조각을 사용해 죽고 싶어지게도 한다. 그것은 아직 내가 존재하기 전인 과거로부터 오지 않은 미래에까지 흩뿌려져 있다. 그러나 삶이란 나를 찌른 유리 조각을 시간을 들여 매끈한 유리구슬로 만드는 것. 끝내 예쁘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 시간을 위해 공들여 공들여 살아가는 것.

유영의 평안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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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피해자 - 스토킹과 사법 정의에 대한 어느 기자의 기록
곽아람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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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십여 년 전, 『어릴 적 그 책』이다. 내 유년의 책들과 그의 책들이 겹쳐서 즐겁게 읽었던 기억. 하지만 조선일보 기자란 이유로 이후로 나온 책들을 더는 읽지 않았다. 소녀시절 같이 놀고 소식이 끊긴 똑똑하고 하얀 옆집 언니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던 작가.

그런 그가 스토킹 피해와 그로 인해 겪은 사법 시스템의 고통을 담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을 냈다는 것은... 충격이기도 했고 공포이기도 했고 괴로움이기도 했다.

그 감정은 그가 절대로 그런 범죄 피해자의 스테레오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고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고 여성학을 전공한 중년여성이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슬픔이다.

슬퍼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추악한 범죄와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함, 몰인정함, 몰상식함... 그러나 그 어떤 것에도 지지 않고 울면서도 괴로워하면서도 이겨내고야 마는 한 사람이 거기에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스스로를 인간으로 지켜내는 것이 인간이다. 그 어떤 구덩이에 빠져있을 때라도.

그 가운데서 저자는 함께하는 다른 인간을 찾아낸다. 인간성을 나눌 수 있는 인간, 서로 마주할 때 온기와 힘을 느낄 수 있는 인간. 오래 전에 함께 있어준 누군가를 나도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슬픔 중 기쁨이었다.

*조선일보 기자라고 안 읽어온 내 과거를 반성한다. 나는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살아왔는가? 이 책은 진보를 내세우는 누구보다 강한 연대자이고 저자는 훌륭한 인간이자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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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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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아닌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읽을까? 난 태어날 때부터 자매였기 때문에 상상할 수가 없다. 자매는 서로의 미래이자 과거이고 부모이자 자식이며 친구이자 숙적, 그리고 그 이상이다.

그리하여 나는 자매로서 이 소설을 읽었다.

슬픔이(트리스탄)와 기쁨이(레티시아)는 첫 거울(부모)의 정서적 부재로 서로를 거울 삼아 그들만의 완전한 세계를 구축한다. 빠뺑자매가 떠올라서 그런 결말일까봐 긴장했지만 이 세계에 비밀과 타인과 죽음이 침투하며 자연스러운 균열이 생기고 서서히 서로를 분리한다.

그것은 마침내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 검은 거울(부모)을 깨뜨리며 한 명의 개인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이것을 성장소설이라고 느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치고는 꽤 평화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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