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작가가 이탈리아어로 쓴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검소한 문장이 주는 수수한 감정이 좋았다.나에겐 한때 그런 언어가 프랑스어였다. 한참 배우다 멈췄고, 잊었다.읽다보니 언어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그렇게 옛날 생각을 해보았다.
p.130˝그러면 가정부와 주인 사이에도 선이란 게 없다는 말이에요?˝아이빌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체스를 둘 때처럼 놓인 위치가 다를 뿐이지. 누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아무 의미 없어.˝p.301이것이 책의 핵심 아니었나? 여자들이 우리는 그저 두 사람이야, 우리를 가르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 하고 깨닫는 것.영화를 보고 책을 찾아 읽었다. 영화도 좋았는데 그보다 책이 더 좋구나.금방금방 읽혀서 두 권을 후딱 봤다.배경지식은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중요한 내용인데도 부담 없이. 영화에도 동일하게 사용된 좋은 문장들이 반가웠다.
p.100구두를 신는다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남편이 있다고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세 달 전 대학을 졸업하면서 느낀 기분이 새삼 되살아나자 나는 몸서리친다. 나는 내가 더는 속하지 않는 장소에 떨어져 있다.p.110 ˝아침마다,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콘스탄틴이 바투 붙어 있어서 그녀의 검은 잇몸까지 다 보였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저 바보들이 오늘 내게 지껄인 말을 믿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