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전면허증 재발급 신청을 하러 경찰서에 갔다.
<첫번째 놀라다>
운전면허증 없이 운전을 하고 겁도 없이 경찰서로 간 나.
경찰서에 가기 전에 이거 택시 타고 가야되나하고 잠시 생각했었지만 여기저기 들를 때가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들어갈 때만 무사히 들어가면 나올 때는 면허증이 생기니 문제없겠다 싶어서.
그런데! 경찰서 앞에 경찰이 한 명 서 있었다.
건물입구에 누가 서 있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예상을 못 한 내가 바보지. 그것도 경찰서 앞인데.
눈동자가 흔들리고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그냥 지나쳐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그가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을 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 민원실에 왔는 데요.-면허증이 없는 것을 밝히지 않기 위해 돌려서 대답한다.
그러니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날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운전면허증 재발급 받으러 왔는 데요.-나는 그제서야 이실직고를 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어휴, 이제 큰일났다. 면허증도 없이 운전을 하셨습니까? 어쩌고 하겠지? 이거 벌금을 무나, 아니면... 잠깐 동안 별별 상상이 지나가고.
그런데 그가 이층으로 가십시오하고 친절히 안내까지 해 준다.
응, 왠일이지? 아무 말도 안 하네. 운전면허없이 운전해도 불법이 아닌가? 이상하네...
휴~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주차 할 자리를 찾아내고는 주차를 한다.
<두번째 놀라다>
그런데 주차를 마칠즈음 그가 유리창을 두드린다.
윽! 드디어 눈치를 챘구나. 이제 사태 파악을 했나봐.
유리창을 내린다.
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그런데 그는
여기에 주차하시면 안 됩니다. 저 쪽으로 하세요.한다.
그러니까 그는 나의 면허증없는 운전을 짚으러 온 것이 아니라 주차를 다른 곳으로 하라고 이야기 하러온 것이었다.
나는 그저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랬다.
감사합니다라고?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정말 그에게 감사를 느꼈다. 나의 불법행위를 짚지 않고 넘어가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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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운전면허 갱신하러 온 줄 알았나 보구만, 뭘.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갱신이라 그렇구나. 애초에 재발급이 아니라 갱신하러 왔다고 둘러 댈 것을. 그러고 보니 건물도 낯설지 않고 예전에 운전면허 갱신하러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참, 도둑이 제발 저리고, 죄 짓고는 못 산다고 어제 가슴 졸엿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이렇게 어찌어찌 나의 무면허증 운전은 이틀만에 마감되고 지금은 임시 면허증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재발급 신청을 하니 면허증은 3주 후에 나온다고 하면서 임시 면허증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당연한 걸 왜 묻지? 정말 면허증 없이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아니면 장롱 면허인 줄 알고 천천히 받아도 되냐는 뜻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