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담담하게 느껴진다는 게 참으로 이상스러웠다. 자살이란 단어가 머리 속을 가득채운 채 살았던 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오늘, 아침 명상 때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그녀를 위해서라기보다 내 마음 바닥에 가라앉았던 상처, 아픔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함을 보았다. 이번엔 어떤 만남이 될 지... 이전과는 다른 만남이 되길 바란다.
2.
내 안에 갇혀 내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는 밖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어째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하는지...
신문기사를 보고 무작정 누군가를 만나고자 찾아나섰다. 강원도 산골에 산다는 그... 애써 그의 집을 찾아가도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조차 알 수 없는...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 버스를 타고, 길을 물어물어 갔으나 결국 그가 사는 곳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나 대신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정에서 삶이 나에게 호의적이란 느낌이 드는 짧은 만남들이 있었다. 이번엔 인연이 여기까진가 보다 싶었다.
그가 사는 곳은 이 개울 너머 사격장을 지나 한 시간 반 정도를 가야한단다. 길이 사라지면 계곡을 따라 가야하는 길... 그곳엔 드문드문 인가가 단 세 채 있다 한다.
3.
계곡 물이 맑아서 보고 있자니 몸에 전율이 흘렀다.
4.
그 분의 집이라도 찾아갔더라면 굳이 만나지 못하더라도 소용이 될까 싶어 근처에서 구입한 황태포. 결국 도로 가지고 오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곳이 황태로 유명한 황태마을이란 걸 그날에서야 알았다 ;;;;;;; 별 반가운 선물은 아니되었을 지도...
결국 평소에 밥을 전혀 안하는 내가 황태구이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처음 해본 황태구이라 기념 사진을 찍었다.
5.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는 것... 이전엔 무한한 두려움으로만 다가왔으나 이젠 조금의 설레임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