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끼고 고향집을 댕겨오면, 아부지 제사까지 연이어서 있다보니 거의 일주일 내내 부엌에서 지내다 오곤합니당.

그 와중에 추석 담날 하루는 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이번에는 한라산을 갈 요량으로 등산화를 신고 내려갔죠. 그나... 추석날 오후부터 비님이 내려주시고, 안타까운 심정에 찾아들어간 네이버의 일기예보는 강수확률 오전 90%, 오후 80%를 나타내더군요. 그래도 칼을 뽑으면 모라도 찔러본다는 심정으로 한라산을 갔습니당. 정상까지는 아니더라고 갈 수 있는데까지라도 간단 심정으로요~ 물론 말리는 엄니, 동생들한테 사뿐히 미소지으며 댕겨올께라는 인사를 하구요~

결과는.... 8시간을 내리 비 맞으며 걸어서 정상까지 댕겨왔습니당. 처음 두 시간은 부슬비, 나머지 여섯 시간은 장마비, 정상 근처에선 비바람에 안개까지... 등산로는 개울이었고... 삼순이를 재현했다고나 할까요...^^;;;

아래는 증거물들~



백록담 앞에 서있는 한라상 정상을 알리는 기둥입니당. 안개에 가려서 뒤 편의 백록담은 보이질 않습니당.



요건 노란 비옷입고 찍은 제 사진요~ 물이 줄줄 흐르는 바지도, 물이 질펀히 들어앉은 등산화도 안 나타나지만... 저날 완전 스탈 구겼습니당;;;



백록담 표지판~

 

 

 

그리고 그 아래는 그 날의 하이라이트....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갑자기 무릎이 껶여 넘어져서 총천연색이 된 제 무릅입니당. 사진에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특히 퍼렇게 멍든 부분은 안 나타나더군요... 아 살 색이 넘 마니 드러나서 부끄럽사옵니다...



이렇게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이 날은 제가 복잡한 생각을 비우려고 저를 일부러 극한에 몰아넣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서두.... 무사히 집에 도착하니 겨울에 눈 올때 다시 올라가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

간만에 주절주절 페퍼였습니당.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토트 2008-09-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저는 시도도 안했을텐데요.
멍은 좀 없어지셨어요?
예쁜 다리에 멍이 생기면 안되죠. ^^

해적오리 2008-09-24 13:26   좋아요 0 | URL
멍은 없어졌어요.
그나 들어갔던 뱃살은 다시 조금 나왔어요. 저렇게 걷고 나면 다리도 아푸지만 뱃살도 상당히 당기거든요. 배들어갔다고 조아하고 있었는뎅...^^

무스탕 2008-09-2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삼순이는 삼돌이가 쫒아갔다구요! 해적님은 누가 쫒아가서 저 노란우비 사진을 찍어주신건가요? +_+
전 오늘 아침에 화장실에서 넘어질뻔 했어요 -_-;;

해적오리 2008-09-24 13:32   좋아요 0 | URL
쫒아온 삼돌이는 없었구요 지나가는 남정네 붙들고 찍어달라 그랬어요. 올라가는 사람이 별루 없어서 올라갔단 증거물도 못남기나 좀 걱정했는뎅....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건 제 초등학교 때 특기였는데...^^
안넘어지셔서 다행이여요.

점심 시간 지나니 졸려요...

짱구아빠 2008-09-2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고생하는 거.. 하나도 안 부러워요.. 비 쫄딱 맞고 운동화도 다 젖은 거.. 하나도 안 부러워요.. 삼순이 가는데 삼돌이가 안 쫓아온거.. 그것도 하나도 안 부러워요.. 내려오다가 무릎 다치신거..것도 하나도 안 부러버요..
근데 한라산 그것도 백록담 가신거.. 배 아파 쓰러져 죽도록 부러워요...^^
(성판악 코스로 가신거죠? 등산의 전 과정이 궁금하여요...성판악 코스는 좀 지루하다고 하던데...)

해적오리 2008-09-24 13:46   좋아요 0 | URL
짱구아빠님 써놓으신 거 보니 진짜 안부러워요. 사서 고생한거, 비쫄딱 맞은거, 고래도 고어텍스라는 등산화가 물바다가 되어서 제 발고락이 대여섯시간 금붕어 노릇한거, 총천연색 무릎을 잠시 가졌던거.... ㅋ

전 성판악 코스로만 다녀요. 젤루 무난한 코스... 전 오래 오래 걷는 거 조아하니, 그리고 성판악으로 다님 숲길을 걷는 기분이라서요, 그것도 조아하거든요. 그나 좀 지루하단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더라구요.
성판악에서 7.3킬로를 걸으면 진달래 대피소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풍경이 달라지죠. 나무가 좀 줄어들고 나무 키도 작아지고...진달래 대피소부터 정상까지가 2.3킬로 정도 되는데 여기서 일단 시간을 정해서 통제를 하구...그래서 겨울엔 요기까지만 가서 눈밭에서 뒹굴다오기도 한답니당. 진달래 대피소부터 좀 올라가다가 갑자기 다시 시야가 확 트이는 지점이 나오는데 여기부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불고 그래요. 물론 날씨가 좋은 날은 안그러기도 하지만 이번엔 칼바람이어서 저 말로만 듣던 저체온증 걸려서 아무도 없는 산길에 쓰러지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쫌 했었죠. 등산로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고 지금도 계속 정비중이어서 올라가는데 무리스럽지는 않구요, 정상에 가면 백록담도 잘 보여요.
몇 년 째 성판악 코스로만 댕겨서 다른 코스는 이젠 기억도 잘 안난답니다...
글코 겨울에 눈 내리면 계단이 전부 경사로가 되는데 그럼 걷기가 더 수월해요. 아이젠만 있음 오히려 봄, 가을보다 올라가기가 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케 쓰고 보니 제가 뭔 한라산 가이드가 된 듯한데... 이름을 산적으로 바꿔야 할까봐요. 전 하와이에서도, 괌에서도 바다에서 죽을뻔한 고비를 맞았었는데 해적이란 이름이 갑자기 안어울린다넌 생각이 드네욤. ^^;
언제 한번 한라산 같이 가도 좋을 거 같아요~

짱구아빠 2008-09-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라산 코스 중 관음사 코스로 간 때에는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서 한 치앞을 내다보기 힘들어 뭘 보았는지 기억은 잘 안 나네요(그래도 새벽 안개 자욱한 고즈넉한 산사를 거니는 기분은..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는 어리목에서 윗새오름으로 두번 오르내려보고(그중 한번은 짱구,도토리, 짱구엄마와 함께) 그 코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사재비 약수터의 물맛과 대피소의 라면이 그리워지네요(주로 먹을거만 ^^),영실코스의 전경이 끝내주고,오가는 시간도 적게든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아직 가보질 못해 남겨놓고 있습니다.(제가 알고 들은 건 딱 여기까지네요) 저보다는 해적님께서 제주가실 기회가 많으니 한라산 코스를 두루 안내해 주시져.... 예전에 올려주신 설경으로 가득한 한라산의 모습도 너무 멋져부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