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ㄹ 2017-12-06  

안녕하세요. '지하로부터의 수기' 포스팅에 댓글로 질문을 남겼는데, 그게 5년이나 전의 포스팅이다 보니까, 확인을 못 하실까봐 걱정하고 있던 차에, 마침 다시 보니 방명록이 있길래 이렇게 한번 더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정말 너무 궁금해서... 번거롭게 해드려 다시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푸른괭이 2017-12-0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궁금해하실 내용이네요! 원문까지 병기해주셨는데, 문장만 봐서는 확답을 못 드리겠고(제가 오역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후 맥락을 확인해보고 다시 답글 달겠습니다...^^;;

푸른괭이 2017-12-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А покамест я еще живу и желаю, - да отсохни у меня рука, коль я хоть один кирпичик на такой капитальный дом принесу!

어쨌든 내가 아직 살아 있고 소망하는 동안에는 그런 어마어마한 집을 짓는 데 벽돌 한 장이라도 나를 수 있다면 내 손이 말라비틀어져도 좋다!‘ (민음사)

‘그리고 내가 아직 살아 있고 욕망을 가지고 있는 한, 만일 내가 그런 종류의 건축 계획을 위해 벽돌 한 장만큼의 분량이라도 운반한다면, 내 팔들이여, 차라리 못쓰게 변해 다오!‘(열린책들)

--> 말씀하신 대로 거의 정반대의 의미가 되는데요, 열린책들 번역이 작가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저 ‘어마어마한 집‘이 수정궁을 가리키는 것이라서요, 나한테는 지하가 있으니 난 저건 싫어~, 이런 것이거든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하인의 말 자체가 아이러니라서요(흥, 부러워-아니꼬워~ 이런 식), 문형 자체는 그대로 살리고 ˝나를 수 있다면˝을 그냥 ˝나른다면˝으로 바꾸면 더 깔끔한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이건 편집부에서 얘기해서 재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ㄹㄹ 2017-12-0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두 읽으면서, 지하인이 부러워서 아니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비록 정반대 뜻이기는 해도, ‘나를 수 있다면‘도 어쩐지 그 맥락에서 가능하며 충분히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래서, 문장 자체만 놓고 봤을 땐, 두 가지 모두로 읽히는 건가요, 아님 그냥 ‘나른다면‘정도의 중립적 문장으로만 읽히는 건가요?

푸른괭이 2017-12-0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어를 배우시면 아시겠지만, ˝принесу˝가 완료상이라 미래시제, 가능, 희망, 의지 등을 조금씩 다 표현하잖습니까? (가령 ˝Сейчас я приду!˝ 이렇게 쉬운 문장도 ‘갈 것이다(갈게)‘라는 미래시제에 덧붙여 약간의 의지도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아마 제가 번역 당시 ‘가능‘ 쪽에 좀 더 비중을 둔 것 같습니다. 러시아어는 시제 표현이 단순한 만큼(소위 ‘완료‘ 시제 없음) 동사의 상을 이해, 번역하기가 정말 힘들어서요, 어제 저렇게 썼지만, 굳이 고치는 것이 더 좋을지도 잘 모르겠네요 ^^;; 더욱이 지하인의 문장은 워낙 구어체라서요.

ㄹㄹ 2017-12-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하게 답변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질문부터 하느라 말씀 못 드렸지만, 제가 선생님 번역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접했어서, 거기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떻게 감사하다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모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연구서도, 출간되면 꼭 읽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