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권으로 넘어온 지 오래지만, 1권 <코르테스와 말린체...>, 즉 아즈텍 제국의 멸망과 관련된 얘기의 일부가 기억에 남아 짧게 적어둔다. 원래 이 부분의 주된 내용은 제목이 얘기해주는 그대로이다. 어릴 때 <서양문화사> 수업을 들으면서도 참 흥미로워했던 부분인데, 이번에 읽으며 느낀 건, 요녀석들 망할 만 했구나, 라는 것!^^ 저자가 상세히 묘사해주는 소위 인신공양의 절차와 방식은, 참, 인간만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 다음, 2권에서 얘기되는 '마녀사냥'.) 그리고 '외세'의 침입이 일국의 멸망으로 이어지려면 대부분의 경우 반드시 '내분'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 역시 확인한다.
아무튼, 코르테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예전에 난파 사고를 당한 두 에스파냐 인이 현지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코르테스는 마야인 추장에게 아길라르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여 일행에 합류시켰다. 10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던 아길라르는 마야어를 제법 유창하게 할 수 있어 좋은 통역이 되었다. 반면 게레로는 떠나기를 거부했다. 그 동안 그는 마야인 부인과 세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었다.(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이 아이들이 역사상 최초의 메스티소이다.) 그는 마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후일 마야인 편에서 에스파냐 침략군에 맞서 싸우다가 사망했다."
남녀가 서로 만나 아이를 (그것도 셋이나!) 낳고 산다는 이 평범한 문장 속에 너무 많은 함의가 있음을 알겠는 요즘, 저 두 번째 에스파냐 인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다. 과연 그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법하다. 있을 필요도 없잖은가, 마누라와 세 아이 말고는.
아메리카 제국 얘기를 읽다가, 마침 재개봉한(할?) 영화가 떠올랐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