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읽어온 <카라마조프>에서 이 부분에, 난생 처음으로 주목해본다. 이반과 스메르쟈코프의 만남, 3부, ??쪽인데, 스메르쟈코프의 계산에 의하면 표도르의 유산은 총 12만 루블, 그래서 아들들한테 각각 4만 루블씩 돌아가게 돼 있다. 여기서 표도르는 누구? 그는 사업(주로 술, 여자 등)을 해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원래 9등 문관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야 알았다.(이 사실이 놀랍다, 이 책, 정말 얼마나 빡빡한 것인지.)
통상 9등관이라면 고골 소설에 자주 등장한, 그 불쌍하고 힘없는 하급관리다. 물론, 이제는 19세기 후반,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그래본들, 체호프 초기작 <어느 관리의 죽음>의 '관리(체르뱌코프)'의 등급이니 역시 낮긴 낮다. 그러니 표도르가 저 재산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새삼스럽다. (대략, 연봉 3천 정도의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50-60줄에 몇 십억대 자산가 되는 정도?) 여기서 '피나는'은 '더러운'(치사한, 야비한)이라고 바꿔도 될 법하다. 밑천이라곤 자기 손과 머리밖에 없는 자가 19세기 대러시아제국에서 무슨 수로 거금을 손에 넣는단 말이냐. 물론 존엄을 지키는 쪽도 있으나, 아, 그 존엄이야말로 돈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어쩌랴. 물론 이 소설에서 표도르는 죽임을 당해야 하는 아비로 설정되어, 온갖 악덕과 어둠과 추의 육화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의미론, 돈에 대한 도-키의 양가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 그러나. 우리가 다 그렇다. 다들 돈을 (많이) 갖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얘기, 그런 욕망의 노골적 표출 등은 경멸한다.
The endless over the Kumanina estate continued to drag on, and a letter from his younger brother Nikolay indicates how far matters were from being settled. D-ky's sister Alexandra had filed a suit against her brothers over the projected agreement, and Nikolay wished to sell some of his share of the estate to pay off a debt to Alexandra. the D-kys agreed in principle, but only if their share(....) were guaranteed by all the other heirs with a written contract; but nothing had been definitively concluded at the time of D-ky's death.
다시, 도-키. 프랭크의 연구서, 말년 도키가 형제자매들과 겪은 (크지는 않은, 왜냐면 유산 자체가 많지 않아) 유산 관련 소송-다툼을 언급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을 둘러싼 논쟁은 작가가 죽기 전까지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아무리 도-키라도 저 유산을 호기롭게 "난 됐어~~"라고 포기하진 못한 것이다!!! 보다시피 말이 길어진다. 이 점에서는 철강 재벌의 후예인 비트겐슈타인이 대단한 건가? 글쎄, 조금만 받아도 어지간한 평민이 충분히 먹고 살만한 돈이었으니 그랬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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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성실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심지어 인격?)는 통장-돈에서 나온다, 라니.
주말에 소설 초고가 빠졌고, 그 꼴값 하느라 월요일 기능수업 및 시험 빼먹고 자더니 화요일에도 애 보내고 또 잤다. 아프단 말이다! 헐, 그런데 학교 가니 오히려 멀쩡해졌다. 흠, 꾀병이었나?^^; 아니,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합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제, 오늘, 간만에 좀 썼다. 좋다. 좋은 힘듦이다. 그래서 또 사진 한 장. 가을, 하늘, 구름, 나무, 은행, 파랑, 노랑, 하양, 사람 둘, 다 있다. (초상권, 괜찮나 모르겠다.) 여기서 '노랑'은 극히 평범하게 생긴 두 백인 여학생의 머리카락과도 호응한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