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던가, 콜럼버스 부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참 잘 모르는 역사의 한 장면인 것 같다. 그를 너무 신비화하지도 않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의 업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잘 짚어준 듯하다. 쭉 흘러, 흘러, 그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다음(물론 아시다시피 그는 극 신대륙인지 몰랐지만) 그가 남긴 기록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들은 훌륭하고 똑똑한 하인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해준 모든 말을 아주 빠르게 따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가 없어 보이므로 아주 쉽게 기독교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귀환할 때 그들 중 여섯 명을 잡아다가 국왕 전화께 데리고 가서 말하는 법을 배우도록 할 것이다."(196)
우선은 기록을 남겼다는 것. 콜럼버스는 나의 (무식한, 무지한) 편견과는 달리, 제법 학식이 있는 자, 공부를 참 많이 한 자였다. 하긴 지리 등등을 공부하지 않고 그 험난한 뱃길을 떠났을 리 없다. 그 다음, 제법 정치적이었다는 것. 왜냐면 황제를 알현 등등 하여 후원금을 받는 일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식으론 연구비 따내는 건데, 나는 2년 연속 줄줄이 낙방 ㅠ.ㅠ) 그 다음, 저자가 잘 정리하고 있지만, 이 탐험의 여정에는 돈이나 출세 같은 실리적 목적 외에(어쩌면 그보다는?) 거의 세계사적인, 또 심지어 종교적인 사명이 들어가 있다는 것. 저 말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말 가르쳐주고, 또 우리 종교 심어주고 나아가 우리 주님 기쁘게 해주고 등등. 이 마지막, 세 번째 항의 함정이란!
저자가 예의 그 평이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문체로 잘 정리해주신다.
"자기네들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언어가 없는 것이고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종교가 없는 것과 같다. 말을 빨리 따라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말을 금방 배울 것이니 곧 좋은 하인이 될 것이다."(198)
아! 정말 할 말 없다... 내 말이 아니면 저건 말이 아니요, 내 종교가 아니면 저건 종교가 아니다... 이게 이후 제국주의(침략, 전쟁, 폭력 등)의 근거가 되는 생각인데, 그 출발점에 전혀(!) 악의가 없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ㅠ.ㅠ 말 없는 저들에게 말을 주고 종교 없는 저들에게 종교를 주고. 우리가 이 좋은 걸 주겠다는데 왜 반항해, 병신들, 바보들, 죽어~! 흠,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는군~. 그렇게서 16-17세기에는 스페인어, 그 다음에는 영어(프랑스어)가 그렇게 퍼져나간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기독교야말로 (십자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무서운 폭력과 함께 퍼져간 종교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