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 우울하고 그 연휴가 너무 길어 더 우울하고 알고 보니 주변에 우울한 사람이 너무 많아 또 우울하다. 우울(증)의 연대, 를 구축해도 될 만큼 그렇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웃긴다! 모두 다 정신과에서 만나야 할 판이라니. 썰렁한가, (교통사고로 몽땅 죽은 다음 저승에 만나서 얘기하는) "봉고 덕분에 다 모였네!"라는 고등학교(?) 시절 유행어가 떠오른다. 친구들과 봉고 한 대를 빌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던 시절 얘기다.

 

명절이면 거의 모든 며느리들이 겪는 저 유명한 '공포의 전 부치기'('부치기'라고 쓰고 보니 '붙이기'가 아닌 게 새삼스럽다)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가만 보면 이건 그냥 내가 안 하면 되는 건데 어릴 적부터 몸 속에 새겨진 관습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공포의 전 부치기' 못지 않게 공포스러운 것이 봉지에 담아주(시)는 전 덩어리, 전 뭉치다. 아, 지난 설(추석) 때 것도 냉동실에 있는데, 라고 무슨 라디오 방송에 나오더만. 그 역시 그냥 안 가져 오면 되는 것을, 그 관습-습관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데도 몇 년이 걸린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풍경을 봐 왔다. 전 부치고 조기 굽고 탕국 끓이고 잡채 만들고 등등 이런 냄새와 소리가 없으면 명절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이 모였는지. 제사상(차례상) 차려놓고 지방(!) 펼쳐놓고 향 피우고 어른-남자들이 쭉 서서 절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 다음에는 어린이-남자들이 들어가서 절했다. 어느 시점부터 "이제 너네들도(여자애들) 들어가서 절해라~~"라는 선언이 있었다. (경상도 치고는 그나마 깨인(?), 혹은 근본 없는(?) 집안이었나??) 하지만, 이제 정말 그만 해도 될 법하다, 어렵지 않다, 그만 하는 거, 그냥 안 하면 된다.

 

연휴 시작 되기 직전에 청탁이 들어와 소설 쓰고 있다. 워낙에 청탁도 잘 안 들어오지만, 대개는 써놓은 소설을 다듬어 보내는 쪽이었는데, 어째 이번에는 쓰고 있다. 아니, 쓰이고 있다. 이 정황 자체가 신통방통해서, 너무 고마워서 "내가 제일 예뻤을 때"를 검색해본다. 그래도 소설책 나오면 기사도  나가던 시절이다. 국민일보 인터뷰는 사당역 근처에서 했는데, 엄청 추웠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 가기 전에 머플러를 몇 번이나 다시 묶어봤던 기억도 난다, 사진 예쁘게 나오게 하려고.

 

(경향신문 2009년 ??)

 

(국민일보 2009년 ??)

 

(조선일보, 아마 2000년??)

 

정말 "내가 제일 예뻤을 때"라는 책이 생각나는 사진이다. (소설은 좀 지루하게 읽은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 소설을 쓰시는지.) 누구에게나 '화양연화'가 있는데, 그것은 항상 좀 먼 과거가 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최근, 이미 사십대. 흠, 하지만 사십대도 다 같지 않다. 아이 시절도 그렇지만 늙어갈 수록 정녕 '한 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한 생명체가 40년 넘도록 살았다는 것은 정말 너무 하잖아.(지하생활자가 생각난다^^;;) 그 동안 심장이 단 일초도 쉬지 않고 계속 뛰어왔음을, 또 뛰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건 진짜 징그럽다.  

 

 

 쓰고 싶은 내용을, 쓰는 손(!)이, 몸이 따라가지 못해 원망스러운, 그런 나이다. 논문 초고도 잡고 있는 중이지만, 쓰는 것이 참 힘들다. 아, 내가 언제부터 백지를 두려워했던가. 스승(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정녕 백지를 두려워할 때가 올 줄 몰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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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놀다와서, 노트북 켜놓고 한글 파일 열어놓고 있는 걸 보더니 엄청 웃으면서 묻는다.)

"엄마, ** 아파트에서도['집에서도' 이런 표현을 써주면 더 좋겠다만] 일하는데 왜 또 여기서도 일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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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도 연휴야?"

"엄마, 오늘도 놀아? 왜 또 놀아?" 

"엄마, 오늘은 평범한(그냥) 목요일 아니야? 조**, 배** 선생님 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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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특이한(?) 표현을 쓰긴 하지만 종알종알 말을 참 잘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음, 이제라도 등급 심사를 취소해달라고 할까, 고민이 든다. 사실 공단은 아쉬울 게 없으니, 등급이 나온 뒤라도 취소는 정말 쉽더라. 내가 그 혜택 안 받겠다는 것이니. 음, 그리고... 검사는 검사일 뿐, 숫자는 숫자일 뿐. 아니, 저렇게 멀쩡한데 진짜 검사가 이상했던 거 아니야? -_-;; 아니야, 그래도 해야 해. 장애아 엄마가 될 준비를 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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