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모로 별세(이 단어가 서걱거린다!)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대학 초년 시절, 비디오방 죽순이 시절에 많이 봤던 얼굴. 프랑스 영화를 좋아했고 그녀는 (너무 판에 박힌 말인가!) '누벨 바그의 여신'이니 오죽했으랴.
언제부터인가 젊은 그녀보다 늙은(늙어가는) 그녀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어디, 두툼한 배와 몸뚱어리를 트렌치 코트로 덮고 있는 '할머니' 잔느 모로가 쭈글쭈글한, 전형적인(?) 할머니 입술 사이로 담배를 꼬나물고 서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니키타> 어느 장면에서도 나왔던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늙었는데 앞으로는(도) 더 늙을 일만 남았다. 지금 나의 나이는 항상 새로운, 그래서 놀라운 나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 같이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노년의 그녀를 영화 속에서 계속, 꾸준히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담배와 참 잘 어울리는 듯. 설마, 흡연자로 89세까지 사셨나. 그 역시 부럽구나.
정신없이 바쁘던 와중에 그녀의 별세 소식을 알게 된 건 최근에 이런 산문집을 낸 분의 트윗을 방문했다가였다.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트레일러 챙겨(?) 보기도 힘들어 유감인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