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사과  한  알이 떨어졌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로  아팠다.  최후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아니한다.

 

- 이상의 시를 다시 훑어보다가 이번에 발견(?)했다. 원래 일본어로 쓰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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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편의 시로 읽히는 수필(산문) [권태]의 한 부분 : "세균같이 사소한 고독" 

 

소는 잠시 반추(反芻)를 그치고 나를 응시한다. / ‘이 사람의 얼굴이 왜 이리 창백하냐. 아마 병인가 보다. 내 생명에 위해(危害)를 가하려는 거나 아닌지 나는 조심해야 되지.’ / 이렇게 소는 속으로 나를 심리(審理)하였으리라. 그러나 오 분 후에는 소는 다시 반추를 계속하였다. 소보다도 내가 마음을 놓는다. / 소는 식욕의 즐거움조차를 냉대할 수 있는 지상 최대의 권태자다. 얼마나 권태에 지질렸길래 이미 위에 들어간 식물(食物)을 다시 게워 그 시금털털한 반소화물(半小貨物)의 미각을 역설적으로 향락(享樂)하는 체해 보임이리오? / 소의 체구가 크면 클수록 그의 권태도 크고 슬프다. 나는 소 앞에 누워 내 세균같이 사소한 고독을 겸손하면서 나도 사색의 반추는 가능할는지 불가능할는지 몰래 좀 생각해 본다.”(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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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날개>의 일절들. 한없이 퍼질러 자는, 그렇게 사는 삶, 권태의 극치. 정녕 '지하'의 이상 버전이다. 내가 잃어버린 낙원의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2, 79)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버리고도 싶었다. /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2, 82)

 

안해는 드디어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자기 방에 재워주었다. 나는 이 기쁨을 세상의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편히 잘 잤다.”(2, 91)

 

나는 커다랗게 기지개를 한 번 켜보고 안해 베개를 내려 베고 벌떡 자빠져서는 이렇게도 편안하고도 즐거운 세월을 하느님께 흠씬 자랑하여 주고 싶었다. 나는 참 세상의 아무것과도 교섭을 가지지 않는다. 하느님도 아마 나를 칭찬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는 것 같다.”(2,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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