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의 복권 







비를 맞았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엊그제 참수된 플라타너스 밑동은 또 다시 잎사귀를 낳았다. 


비를 맞았다

존재의 참을 만한 축축함에 로또를 샀다 

오십 평생 처음이오, 자동 다섯 장이오, 현금 오천 원이오.  


오늘은 비를 맞았고

로또는 항상 맞았고 우리는 

바빌론 강가에 주저 앉아 엉엉 울며 또 다시 바벨 탑을 쌓아 올렸다. 


일부터 사십오까지 공포와 희망을 

'카프카'라는 이름의 성스러운 화장실에 가두니

오, 영롱하도다, 바알 신의 목소리여!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운명이란 내가 던지는 질문일 뿐, 답은 너희가 찾는 것.


비를 맞았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 

목수국은 큼직한 머리통을 땅 깊숙이 처박았다.  


한 번 뿐인 것은 아예 없는 것, 그래야만 한다니, 

그 한 번마저 반복되고 그 반복마저 영원하다니, 

영원 회귀는 곧 영원 불귀, 너무 가벼워 웃을 수밖에.


오늘도 비를 맞았고

로또는 항상 맞았고

운명의 영원한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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