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처럼 일한답니다
쉿, 촌놈으로서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소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소는 일도 잘 하지만 꾀도 잘 부린단 말입니다.
소의 게으름에는 일리가 적어도 둘 이상 있고
소는 소로서 진리를 알기에 부림 당하지 않지요.
눈은 맑고 큼직해, 속눈썹은 촘촘히 길어,
엉덩이 두 짝은 태평양 대서양처럼 넓어,
긴 꼬리를 휘둘러 등짝의 쇠파리도 때려 잡는 영물인걸요.
끔벅끔벅, 철썩철썩, 우물우물, 음매음매,
영차영차, 느릿느릿, 어기적어기적, 오늘도
심드렁하니 풀밭에 앉아 게워낸 풀을 또
씹어 삼키는 이 루틴, 참으로 영험하지 않습니까!
이 되새김질은 너무나 권태로워 궁극에는 시가 되었답니다.
지나간 날들을 가난이라 여기며
오늘도 저는 소처럼 일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