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월, 댑싸리, 개팔자






세상의 모든 나무 순을 뜯어먹었더니 

두릅나무, 엄나무, 참죽나무, 눈개승마, 

인생의 맛이 점점 써져, 퉤퉤, 어느덧 뽕잎순의 계절

초록 권태에 대해 진심이었던 이상의 수필을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풀은 꽃을 피워 애기똥풀도 샛노랗고

세상의 모든 나무 순은 신록을 지나 녹음에 이를 참에

오뉴월 물 가득 대 놓은 논에 야생 청동 오리 두 마리

심드렁하게 놀고 있는 모양새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롤세.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마른논에 물 대기로구나!

구슬픈 탄식에 저 멀리서 원조 함안댁의 찰진 욕이 들려온다.

오뉴월에 쇠불알 터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망할 년.

덕유산 맨틀까지 뚫었을 조연이 여사의 말씀은 항상 옳았지. 

세상의 모든 나무 열매와 모든 풀뿌리를, 가을을 맛보기도 전에
마른논에 물 잦듯 내 숨이 잦아드는 것 같지만 따끈한 햇감자와
갓 나온 초당 옥수수 단맛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오뉴월 댑싸리 밑의 개팔자가 따로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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