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그림자를 쓸어 담는 마부 그림자
1.
오늘은 은행에 갔소.
적금 타고 낙타 사러
통장 들고 도장 들고
이럴 때만 쓰는 운전면허증까지 챙겼다오.
목돈은 새 적금 통장에,
이자는 예금 통장에 넣어 주시오.
아, 이 모든 건 비대면으로 하시면 되는데
하지만 이렇게 직접 오셨으니, 선심 쓰듯
내 눈앞에서 내 스마트폰 들고
손가락 끝으로 콕콕, 끝났습니다.
도장도 통장도 필요 없단 말이오?
예, 고객님, 요즘은 어르신들 빼고는 다 이렇게 하십니다.
어허, 그럼 내가 바로 그 어르신, 즉 노인이구려!
2.
버스를 탔소. 제법 북적이더이다.
곧 내릴 거라 기둥을 잡고 섰소.
기사 빼고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
여 하나 썰고, 살살, 톱으로, 제기랄,
손가락 놀리기도 귀찮다는 나른한 표정이었소.
단 한 사람,
앙상한 두 손은 허벅지에 떨구어 두고
희부윰한 시선은 창밖에 걸쳐 두신 어르신.
그리고 흐리멍덩한 눈깔로 사람들을 구경하는 나는
역시 노인이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