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내용 요약 





1. 발단 


아버지는 버스 타고 아우라지 가시고 

어머니는 건너 마을 친구 장례식장에 

냉이 쑥 먹고 냠냠, 머위 두릅 먹고 씁씁 



2. 전개 


아버지의 후일담인즉, 

메밀묵도 한 그릇 얻어 먹고 

강원도 구경도 하고, 그런데 세상에,

어찌 그리 골짜기던지! 

아, 사랑하는 아버지, 그놈의 메밀묵을 

귓구멍으로 드셨는지,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군요! 

이 미련한 자라야, 보거라, 세상에는 간을 70퍼센트나 

잘라내고도 잘 사는 동물도 있단다.


어머니의 후일담인즉,

"딸아, 나는 꽃 속에 있다가 자는 잠에 곱게 죽을란다."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이더냐, 네 어미를 보거라," 

"울 엄마? 저리 반듯이 누워서 줄줄 싸기만 하니, 참나, 얼마나 예쁘노."

"세상에 그건 또 무슨 궤변이실까?"

"돌아다니면서 그릇이나 깨고 동구 밖에서 나자빠지고 하는 것보다야 낫지." 

"어휴, 그 말씀이 진리구려."

"이제 봐라, 네 엄마는 꽃 속에 있다가 자는 잠에 곱게 갈란다." 



3. 절정 (없음/아님)


오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에게 흑미를 먹이는 일, 

백미에 현미 한 줌, 흑미는 딱 일곱 알만 넣는 거다.   


분수 나눗셈에 진심, 끙끙 풀고 

일기 다섯 줄 마지못해 쓰고 

요일과 월 영단어 세 번씩 베끼고

소나기 간추리고 사회 학습지 채우고

풀어라, 지워라, 요약해라, 감상 써라


아이야, 이제는 저녁을 먹자구나 

앗, 엄마, 흑미는 싫다니까! 

이건 그냥 검은 쌀알이란다.

그게 흑미잖아? 내가 모를 줄 알고! 


위기가 없기에 절정도 없는

날, 이런 날 너무 좋아! 



4. 결말 


도다리 없어 가자미 쑥국을 끓이고

냉이와 취나물과 머위순의 3월 지나

4월, 어느덧 지려는 목련 꽃 그늘 아래서

세상 나무의 순은 죄다 뜯어 먹고 싶어져

오 수재너와 매기의 추억을 곱씹어 먹고

개두릅 참두릅 데쳐도 먹고 전도 부쳐 먹고


그래도 허기가 져 

늙은 것이 참 잔망스럽기도 하지

시도 쓴다, 역시

내 인생 최고의 날은

바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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