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그리움 




담배는  


배 고플 때 피우면 배가 부르고 

배 부를 때 피우면 소화가 잘 되고 

잠 안 올 때 피우면 잠이 잘 오고 

잠 깨고 피우면 정신이 돌아와요.  


혼자서는 고독과 함께 외롭지 않고 

둘이 피우면 너 하나 나 하나 호젓하고 

서넛은 정겹고 대여섯은 즐겁고  

다같이 피우면 퇴폐주의의 연대가 되지요. 


아플 때 피우면 덜 아프고 

괴로울 때 피우면 덜 괴롭고 

슬플 때 피우면 슬픔이 잦아들고 

화 날 때 피우면 화가 가라앉더라고요, 인생 뭐 있나요, 어디.   


담배를 피우면 

아무리 어려운 러시아어 영어 논문도 술술 읽히고 

영감이 몽글몽글 샘솟아 소설 한 편이 일필휘지로 써지고

논문의 논지도 청산유수, 논거도 설득력이 생긴다, 라는 환각에 빠져요. 


담배는 과연  

종교와 정치와 과학처럼 민중의 아편이란 말씀, 

그러니 절대로 피우면 안 되겠지요?

한때 우리 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는데요!  






* 황인숙 <시간이 뭉게뭉게>(<내 삶의 예쁜 종아리>) / 조르주 무스타키, <Ma Solitude>(나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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