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너는 말이야  





행여 다음 생이 있다면 말이야,

너처럼 엉덩이가 통통한 잿빛 코알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유칼립투스 나뭇가지 사이에 턱 걸터앉아 단잠을 자고

눈을 뜨면 잎사귀를 오물오물 뜯어먹고 교미도 금방하고 

똥을 먹여 키운 새끼는 주머니나 등에 붙이고 산책도 다니지 

서너 시간만 깨어 있으면 되니 얼마나 좋아, 코알라, 너는 말이야 


캥거루가 뛰어노는 푸른 목장에서 들장미 소녀 제니도 만나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내 사랑 캔디도 달래 주고
모두 함께 장미 주위를 돌며 조곤조곤 신나게 놀지 
웜뱃도, 에뮤도, 키위도, 쿼카도 모두모두 모여라 

어느덧 새끼도 자라 나뭇가지 틈새로 서커스광대 보다 오묘한 곡예를 선보이네
먹이도 한 종류 밖에 없으니 결정 장애도 없어, 스무 시간이 넘도록 새근새근,

7, 8월 겨울이 와도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돼, 그냥 여기가 이승이자 저승이니

세상 너무 좋겠다, 남반구 대륙의 터줏대감 코알라, 너는 말이야  




- 진은영,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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