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운동 








1. 아흔 살 할머니의 속도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 짚고 영차영차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다


저어기 장미가 뭐가 예쁠까? 큼직하면 좋겠는데, 얼굴이 다들 작네 

그나마, 이거 빨간 장미 한송이만 줘, 경찰 줄 건데, 

아가씨 경찰이니까 흰 장미는 거시기 하고, 빨간 장미로 

내 자동차 문제도 척척 해결해주고 얼마나 착하고 예쁜지 몰라, 

이거 빨간 장미 얼마나 피지? 활짝 피면 좋겠는데, 아, 

우리 강아지? 아이구, 그 녀석 지금은 송아지 됐어! 

얼마나 크고 힘이 센지, 맞아, 맞아, 그때도 힘이 장사였는데

지금은 아주 송아지니까 데리고 다닐 수가 있어야지, 원. 

에구, 그냥 빨간 장미만 싸 줘, 그 이상한 초록 풀 섞지 말고, 

그래, 옳지, 참 예쁘다! 젊고 예쁜 경찰 아가씨한테 줄 거야, 

꽃은 사랑이니까, 5천이면 되지? 걸어가야지, 그럼! 

경찰서 그거 얼마나 멀다고, 걷다가 힘들면 경찰 부르면 돼

차에 태워서 집까지도 데려다 준다니까, 저어기 아가씨, 

그런데, 나 여기 문 좀 열어 줘 - 그려, 또 올 게.


 

2. 못된 사과의 기여 


"자전거는 1초 동안 2미터를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자전거는 물체, 1초는 걸린 시간, 1미터는 이동한 거리 

물체는 빠르게 이동하기도 하고 느리게 이동하기도 하고,

빠르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빠르기가 일정하기도 합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물체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물체의 운동이라고 합니다. 

앗, 잠깐만요, 선생님, 그럼 동의 반대말은 무엇입니까?

저 나무의 없는 이동처럼 정지입니까? 

저 신호등의 없는 생명처럼 무생물, 무생명, 설마 죽음입니까?


자, 정답! 하고서 불량 학생의 정수리 위로 톡 떨어진 것은

아, 사과랍니다! 가을에는 모름지기 사과를 먹어야지, 아삭아삭 

씹으며 아담과 이브를, 아이작 뉴턴을, 빌헬름 텔을 쪽쪽 음미한다

인류의 역사는 요 못된 사과, 썩은 사과, 예쁜 사과 덕분에  

운동을 거듭해온 것이로구나, 아이러니 듬뿍 담아 Oh, bad apple!


사과는 다 좋아, 초록 사과도, 노란 사과도, 꼬마 사과도, 상처 난 사과도 좋아

상처야말로 운동의 대가인 것을, 살아 있음을 증거인 것을! 

절로 운동하는 사과의 위대함이여, 중력과 만유인력과 

관성과 작용 반작용과 가속도의 법칙이여!

아참, 중력가속도는 4.8m/s였죠?     



3. 물상과 사과 


자연과학의 수학적 원리를 알 길 없지만 

사과의 맛은 알 수 있다, 라고 중학교 때 물상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라는 건 지금 나의 헛소리고, 자그맣고 예쁘장한 아줌마의 고언은 대략 이랬다.  


"저는 여러분에게 과학을, 특히 물상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또 내가 이대로 그냥 죽어 없어진다면 너무 허전해서 꼭 저 세상이 있으면, 그래서 죽은 뒤에도 다른 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물의 형상 물상, 사물의 이치 물리는 언제나 너무나 오묘한 것 


한 손에는 빨간 장미를, 또 한 손에는 은색 지팡이를 든 할머니는 1초 동안 0.5미터를 걸었고, 

그 시각 집에서는 어느덧 송아지로 변신한 진돗개가 늙은 인간 암컷을 정지 상태로 기다렸고, 

열과 성을 당해 위치를 이동하는 인간 물체의 속도는 0.5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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