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의 쓸모 






8월말, 첫 가을비를 맞으며

네덜란드산 관목 더미 위에 앉아 있는

빨간 눈의 노랗고 예쁘장한 똥파리를 본다  


어제는 뜨거운 자줏빛 에키놉스,

오늘은 촉촉한 연초록 목수국, 

내일은 연보랏빛 샐비어 깨꽃, 

나는 똥파리의 역사적 궤적을 안다


갑자기 말라깽이 꺽다리 아주머니가 

뽀얀 분가루와 기도를 뿌려주신다


"예수님 믿으세요!"

"영생을 얻을 것입니다!" 


길바닥에서 식사 중이던 비둘기 떼가 후루룩, 

전봇대 전신줄에 앉아 있던 참새 떼도 후루룩,

똥파리도 총천연색 뿌리며 웽, 히치콕의 한장면이

관악구 땅에서 재현되고 성수가 흩뿌려진다


"예수님 믿으세요!"

"최후의 심판이 가까워졌습니다!" 


똥파리, 아니, 연두 금파리는 애플망고 농장으로 

갔을 것이고, 오늘의 식사도 역사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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