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타연, 알고리즘: 초록 찬미 







오늘의 초록은 어제의 초록이 아니다, 그보다 더 초록이다 

어제의 풀이 오늘은 부쩍 자라 어제의 나무를 덮다

오늘의 나무도 가지 끝에 연초록 잎을 틔워 내일의 나무가 되리라


고독은 접속으로부터의 자유다 

은둔은 나와의, 세계와의 접속이다 

자유와 은둔, 상상과 파상, 

희망과 절망, 중력과 은총, 

자연과 타연, 그리고 

알고리즘의 태연스러움이여!  


'남루함'과 '비루함'이라는 낱말을 떠올리며 

봄의 신록에 노안을 비비고 여름의 녹음에 노안을 적신다

이제는 검색은 그만, 탐색과 사색에, 아니,

정신 줄과 넋 놓기에, 멍 때리기에 전념할 때


거미와 돼지는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초록 풀밭에서 영영 만나다, 엉성한 거미줄에 

영영 얽히는 돼지발과 거미다리, 운명이어라  


풀의 저 갸륵한 초록이여, 아모르 파티,

인생은 아름답고, 자연과 타연, 그리고

알고리즘은 사심 가득 의뭉스럽기 짝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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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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