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룩한 식사 시간  








1. 애벌레, 먹다 죽다 



달콤한 꽃잎 만찬을 끝내고  

먹이 사냥을 가던 중 공중으로 

붕 뜨더니 찍! 한편,그리하여 

문자 그대로 벌레 먹은 꽃은, 



2. 리시안셔스, 관통당하다 


농장에서 허리째 잘려와 꽃시장에 전시되었다가

꽃집 양동이에 꽂혀 있다가 아픈 아이의 집 꽃병에서  

살기를, 죽기를 기다리는 나, 언제 알을 깠을까? 

내 몸 깊숙한 곳을 갉아먹은 저 짐승은

내 몸을 뚫고 우리 언니 몸 속으로 들어간다



3. 인간, 내 손에 코 묻히긴 싫어  


신나게 식사 중인 애벌레를 발견하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너는 개가 아니니, 베란다 밖으로 휙!



4. 양구의 추억 


배춧잎 갉아 먹는 큼직한 송충이를 

농부 아빠가 붙잡아 고속도로 한복판으로 휙,

이런 해충은 차에 깔려 죽어야 해!

아빠는 잔인하고 애벌레는 징그럽고 

어린 나의 마음은 꿈틀꿈틀, 심란했노라!



5. 똥파리의 쓸모 


꿀벌이 꽃가루 디저트를 뿌려주는 여름 

오늘 샐비어 깨꽃 위에 앉은 건 똥파리, 아니 

노르스름한 윤기 나는 예쁘장한 연두 금파리, 

애플망고 수정은 저밖에 못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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