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혹한 - 퇴폐미의 한 양상 






1


여름은 절화에겐 가혹한 계절 

모든 꽃이 살판나는 여름, 절화는 죽을 맛



2


장미 꽃대는 성냥개비처럼 연약하고 얼굴은 반쪽이고 

꽃잎은 겹겹이 습이 져 연갈색 누룩곰팡이를 피운다


리시안셔스는 얇은 꽃잎 속에 푸른곰팡이를 감추고

꼬물꼬물 애벌레들은 꽃잎을 뜯어 먹고  똥을 싸지


파스텔 거베라 얼굴 가득 저승꽃이 점처럼 박혀 있고 

핏빛 거베라 얼굴 따라 뽀얀 곰팡이가 벨벳처럼 부드럽다 


해바라기는 졸지에 모가지가 가늘어서 슬픈 꽃,

테디베어 모가지가 절로 댕강 잘린다, 노란 참사 


이건 일상다반사란다, 아이야,

안녕, 잘 가렴!



3


참수되기 전까지는 꽃대가 짓물러도 버텨야지,

그러게, 여름은 얼른 죽지도 못하는 가혹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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