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방학 때는 열심히 탐구생활을 했다, 1980년대였다 

정육면체를 단번에 그리지 못해 엉엉 울며 공책을 찢었다

소련 국기는 별과 낫과 망치, 미국 국기는 열세 줄 별 쉰 개

세계는 철의 장막과 냉전 중,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희망과 수면과 웃음이 넘쳐나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카프카의 도끼도 니체의 망치도 없이, 돼지 꼬리만 봐도 

웃음보 터져 내장과 횡경막과 허파가 아름답게 진동하니 

나는 매일이 꽃날, 쑥쑥 자라서 어느덧 어른이 되었답니다 


이제야 말인데, 

공산당 선언과 이기적 유전자, 영웅문과 이방인은 같이 읽어도 되는 책이거든요

인간이란 구강과 항문의 긴 파이프에 달라붙은 감각 기관의 총체일 뿐,

그래서 이번 방학 때도 탐구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2020년대다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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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극-반사 시스템으로서의 인간, 즉 구강과 항문의 긴 파이프에 달라붙어 있는 감각기관의 총체로 이해되는 새로운 인간의 이미지다."(김홍중, 펠레빈 <P세대> 리뷰). /천경득 망치부인 / 유시민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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