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너무 한낮의 삶 







어제의 작약은 소담한 희망 

오늘의 작약은 너무 한낮의 삶

내일의 작약은 대참사다, 미련이 없거든요,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 



어제까지는 구슬처럼 동글동글 진홍색 작은 얼굴이었답니다 


오늘은 부끄럽지만 꽃망울을 터뜨려 보았어요 

둥근 겉꽃잎 믿고 속꽃잎을 피웠더니 

속내가 너무 활짝 드러나, 아, 음란스러워라!

가뜩이나 붉은 얼굴 더 붉어졌지 뭐예요

 

그래서 내일이 되자마자 적자색 꽃잎을 떨어뜨렸지요

동그란 제 몸 속에 바늘 꽃잎이 이렇게 수두룩하게 꽂혀 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는 알아서 꽃잎이 툭툭 빠지네요 

이번 생이 너무 풍만했기에 다음 생은 없어도 된다는 듯 

우수수, 뭉텅뭉텅 한 옴큼씩


*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하려고 그래 




____ 


장기하, 공중부양 


____


6월도 하순으로 가는 지금, 작약도 끝물이다. 올 봄여름 실컷 보았다! 




보다시피 대참사다. 



치우는 동안에도 떨어져 쌓인다. 



레드참이나 진분홍 작약보다 향기가 훨씬 진하고 꽃잎이 조금 얇은 것 같은 하얀 작약도 대참사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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