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너무 한낮의 삶 







어제의 작약은 소담한 희망 

오늘의 작약은 너무 한낮의 삶

내일의 작약은 대참사다, 미련이 없거든요,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어제까지는 구슬처럼 동글동글 진홍색 작은 얼굴이었답니다 


오늘은 부끄럽지만 꽃망울을 터뜨려 보았어요 

둥근 겉꽃잎 믿고 속꽃잎을 피웠더니 

속내가 너무 활짝 드러나, 아, 음란스러워라!

가뜩이나 붉은 얼굴 더 붉어졌지 뭐예요

 

그래서 내일이 되자마자 적자색 꽃잎을 떨어뜨렸지요

동그란 제 몸 속에 바늘 꽃잎이 이렇게 수두룩하게 꽂혀 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는 알아서 꽃잎이 툭툭 빠지네요 

이번 생이 너무 풍만했기에 다음 생은 없어도 된다는 듯 

우수수, 뭉텅뭉텅 한 옴큼씩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하려고 그래 




____ 


장기하, 공중부양 


____


6월도 하순으로 가는 지금, 작약도 끝물이다. 올 봄여름 실컷 보았다! 




보다시피 대참사다. 



치우는 동안에도 떨어져 쌓인다. 



레드참이나 진분홍 작약보다 향기가 훨씬 진하고 꽃잎이 조금 얇은 것 같은 하얀 작약도 대참사는 마찬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